2004년 7월 29일 목요일

아시모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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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식 홈페이지
아날로그와 함께 미국 과학소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잡지로 꼽히는 미국의 과학소설 월간지. 일 년에 열 권을 발행하고 있다. Ellery Queen's Mystery Magazine과 Alfred Hitchcock's Mystery Magazine을 발행하던 Joel Davis가 'Isaac Asimov's Science Fiction Magazine'이라는 제호로 1977년에 창간했다. 데이비스는 IASF의 성공에 힘입어 데이비스는 1980년에 아날로그지를 사들였고, 이후 한 지붕 아래 둥지를 튼 하드 SF와 과학 중심의 아날로그지와 신선한 감각을 자랑하는 아시모프지는 수없이 많은 과학소설 작가를 발굴해낸다. 특히 1986년부터 작가 출신의 도조와(Gardner Dozois)가 편집을 맡으며 아시모프지는 수많은 상을 휩쓸며 독보적인 지위에 오른다.

아시모프지에서 활동한 유명한 작가로는 Roger Zelazny, William Gibson, Michael Swanwick, Nancy Kress, Kim Stanley Robinson, David Brin 등이 있다. 1992년에 제호를 'Asimov's Science Fiction Magazine'으로 바꾸었으나, 편집 방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On S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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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식 홈페이지
Diane L. Walton이 편집을 맡고 있는 캐나다의 최장수 과학소설/판타지 계간지이다. 주로 캐나다 작가들이 참여하지만, 미국 등 다른 영어권 작가의 작품이 실리기도 한다. 도서 소개나 비평보다는 소설과 시에 중점을 둔 순수 창작 중심지로, 캐나다 예술협회의 후원 덕분인지 잡지로서는 드물게도 광고가 전혀 없다. 로커스의 2004년 발표에 따르면 연간 정기 구독자는 800명 선이라고 한다. 미국 시장에 가리는 경향이 짙은 캐나다에서 단편 발표의 장이 되고 있는 잡지. 개인적으로는 처음 읽었을 때 기대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감탄한 바 있다.

Michael Swanwick, Cigar-Box Faust and Other Miniatures

ISBN: 1892391074

1892391139


마이클 스완윅(Michael Swanwick)은 영리하고 감각 있는 작가다. 1980년에 데뷔했으면서 '어느 정도 명성을 쌓고 나면 비슷한 스타일을 반복하거나 있으나마나한 앤솔로지나 편집하며 이름을 판다'는 쉬운 함정에 빠지지 않고 오늘날까지도 날카롭게 날이 선 새로운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스완윅은 최근 몇 년 동안 엽편 작업에 열중해 왔다. 국내에 번역 소개된 '슬로 라이프'(황금가지 SF걸작선; David Hartwell), '래글태글집시-오'(시공사 SF걸작선; Gardner Dozois)도 재미있는 단편이지만, 그보다 스완윅 엽편의 특성을 뚜렷하게 나타내는 글은 Scifiction에서 이 년여간 격주간 연재한 '마이클 스완윅의 과학소설 주기율표'와 The Infinite Matrix의 'The Sleep of Reason'이다. 이 두 시리즈는 (1)인터넷에서 연재되었고 (2)주제가 있고 (3)굉장히 짧다. 과학소설 주기율표에서는 말 그대로 주기율표의 각 원소가 소재로 쓰였고, TSoR에서는 프란시스 고야의 그림이 옴니버스식 엽편의 소재이자 일러스트레이션이 되었다.

미국의 소형 장르 출판사 타키온(Tachyon Publications)에서 나온 두 권의 챕북, Cigar-Box Faust and Other MiniaturesMichael Swanwick's Field Guide to Mesozoic Megafauna는 딱 이런 식의 엽편을 정리해 모은 단편집이다. 스완윅의 엽편 시대를 총정리하는 책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할까. 백 페이지 남짓한 'Cigar-Box'에는 모두 80여편의 엽편이 실려 있다. 'Abacedary'는 알파벳 A부터 Z까지를 소재로 삼았고, 'Writing In My Sleep'은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꿈에서 쓴 글이다. 이 외에도 태양계의 각 행성에 대한 짧은 이야기, 아시모프지에게 보낸 자기 소개 편지-내가 제일 즐겁게 읽은 글이다- 등 재치있고 귀여운 소설 뿐 아니라 작가 자신의 가족이나 생활에 대한 짤막한 에세이도 몇 편 들어 있다. 'Field Guide...'는 딱 34페이지 짜리 챕북으로, 공룡을 소재로 한 단편을 모았다. 이 두 권은 하나로 만들었어도 별로 상관 없었을 것 같은 책으로, 실제로 약간 뒤에 나온 'Field Guide...'에는 'Cigar-Box'의 컴페니언 북이라고 쓰여 있다. 차이라면 Field Guide...에는 공룡 일러스트레이션이 여러 장 실려 있다는 정도?

사실 이 두 권의 책과 인터넷 연재물은 그의 여타 장편이나 중편, 단편과 상당히 다르다. 이 책은 우선 읽기가 쉽다. 스완윅의 소설은 내게 늘 어려웠다. 단편집이 주는 재미도 한번에 휘리릭 읽고 지나가면 그만인 종류가 아니었다. 그런 스완윅이 이렇게 일견 가벼워 보이는 글을 내놓았고, 그것이 이토록 재미있으며, 길이와 상관없이 쉬이 얻을 수 없는 즐거움을 준다는 것은 놀랍고 기쁜 일이다. (이제 이런 글을 그만 쓰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역시 스완윅'이라며 조금 안심하기는 했지만.;) 아마 이 책들이 스완윅을 대표하는 주요 저서로 거론되지는 않을 것이다. 더욱이 소형 출판사에서 나온지라, 몇십 년 지나면 간단한 저서 목록에서는 아예 찾아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잘 쓰인 엽편'을 읽고 싶다면 구입하여 후회하지 않을 책이다. 특히 단편 공부를 하는 습작가라면 참고 삼아 읽어보길 권한다.

amazon.com, alibiris.com등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입이 가능하고, 타키온 홈페이지에서도 팔기는 하나 기본 우송료로 무조건 32달러를 매기고 환불도 안 해 준다.-_-; 반드시 서점에서 구입할 것!

2004년 7월 28일 수요일

The Infinite Matrix

* 홈페이지
SF작가 Eileen Gunn이 편집자로 있는 과학소설 웹진. 소설, 비평, 에세이, 데이빗 랭포드의 앤서블 등이 비정기적으로 올라온다. matrix.net의 후원을 받고 있다. 출간 당시에는 하드 SF를 지향했으나 최근에는 그다지 '하드'부분에 구애를 받지 않는 듯.

Scifiction

* 홈페이지
Scifi채널 웹사이트에서 운영하는 과학소설 웹진. 매주 과거의 명작(Classics)과 신작(Originals)이 한 편씩 올라온다. 'The Year's Best Fantasy and Horror'시리즈로 이름을 알렸고 장르 오프라인/온라인 잡지인 Omni의 편집을 맡았던 Ellen Datlow가 편집장으로 있다. scifi채널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바탕으로 어느 오프라인 잡지에도 뒤지지 않는 높은 수준의 작품을 발표하여, 이제 무료 온라인 잡지의 한계를 극복하고 과학소설계의 가장 중요한 정기간행물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T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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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식 홈페이지
2004년에 창간 10주년을 맞은 영국의 슬립스트림/판타지/호러 계간지. Andy Cox가 편집자를 맡고 있다. 어떤 장르로도 나누기 힘든 독특하고 개성있는 소설이 주로 실린다. 소위 New Weird에 대한 차이나 미에빌의 글이 처음 실린 잡지이기도 하다. 실리는 글 뿐 아니라 편집과 일러스트레이션, 타이포그래피의 수준이 무척 높다. 그로테스크한 표지가 특히 훌륭하다. 정식 제호는 'The 3rd Alternative'.

Catherine Asaro, 'The Saga of the Skolian Empire'


캐서린 아사로(Catherine Asaro)는 하버드에서 물리학과 화학을 전공했고, 학위를 받은 후 캐나다와 독일의 연구소에서 일했다. 남편은 나사의 연구원이고 딸은 수학자이다. 과학소설 작가들 사이에 아주 흔하지는 않아도 유난스럽게 드문 이력은 아니다. 하지만 캐서린 아사로는 물리학자인 동시에 발레리나이다. 무용을 전공하기 위해 들어간 대학에서 물리학으로 진로를 바꾼 그는 지금까지도 발레나 재즈댄스를 가르치고 있다. 이 일견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가지 경력이 섞여 등장한 것이 바로 로맨틱 스페이스 오페라, 스콜리안 엠파이어시리즈이다.

지금까지 총 아홉 권이 나온 스콜리안 엠파이어 시리즈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우선 인류는 드디어 초광속 비행(FTL; faster-than-light)의 방법을 알아냈다. 지구인들은 승승 장구하여 우주로 나간다. 그런데 이게 웬 일? 벌써 인류가 온 우주에 쫙 깔려 있는 것이다. 알고 보니 모든 인류는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과학 기술을 가지고 지구에서 뻗어나온 육천 년 전 인류의 후손이다. 이후 은하는 잠깐 루비 제국(Ruby Empire...이름 참-_-)의 텔레파시들이 지배하는 시기를 맞았으나 이것은 아득한 과거로 이들의 기술은 이미 거의 잊혀졌다. 지구인들이 이제 겨우 지구에서 기어나왔을 때 은하는 루비 제국의 후손들이 상징적인 지위를 가지는 스콜리안 제국(The Skolian Empire)과 역시 루비 제국의 후손이지만 유전자 조작 과정에서 뭔가 꼬여 생겨난 철저한 계급제 사회 에우비안 제국(The Eubian Empire) 세력으로 양분되어 있다. 지구인들은 뒤늦게 이 둘 사이의 권력 다툼에 끼어서 균형을 유지하며 이득을 얻는 중립 지대 역할을 맡는다.

스콜리안 엠파이어 시리즈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바로 스콜리언 제국이다. 스콜리안 제국과 에우비안 제국은 대립을 피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바로 루비 제국의 피를 이어받은 스콜리안 제국의 '스콜리안'들이 엄청난 텔레파시 능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스콜리안이란 스콜리안 제국의 일반인이 아니라, 루비 제국의 후손인 딱히 귀족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제국에서 대단한 상징력을 지닌 스콜리안 집안에서 딴 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텔레파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텔레파시 능력은 0부터 10까지로 측정이 가능하고, 10보다 한참 위로 정말정말 드문 사람들이 바로 스콜리안이다. 텔레파시 능력은 열성 유전이고 양 부모 중 약한 사람의 능력을 이어받는 것이기 때문에 드물고, 텔레파시 능력이 강할수록 다른 유전적 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건강하고 강력한 텔레파시 능력자는 아주 희귀하다. 아사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0에서 3까지의, 일상 생활에서 거의 알아차리지 못하는 텔레파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한다.

그런데 스콜리안들이 강력한 텔레파시라는 것과 에우비안 제국-이들을 대개 Trader라고 한다-과 대립하는 것이 무슨 상관일까? 이는 바로 트레이더들의 황제, 에우비안 집안이 루비 제국의 실패에서 비롯된 끔찍한 특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루비 제국은 다른 문제점을 없애고 강력한 텔레파시 능력자를 만들고 싶어했으나, 그 과정에서 그만 트레이더라는 텔레파시 능력이 있기는 한데 생각을 내보내는 쪽이 망가져서 받아들이는 것 밖에 못 하고, 그나마도 다른 사람의 '고통'에서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만들어내고 만다. 말 그대로 '타고난 새디스트'인 셈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트레이더들은 에우비안이라는 자신들의 제국을 세우고 텔레파시들을 잡아다가 provider라는 노예로 부린다. 이들을 마구마구 괴롭히면서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프로바이더의 텔레파시 능력이 강하고 고통이 클수록 쾌감이 커진다. 그러니 은하 최강의 텔레파시 집단인 스콜리안 왕족은 에우비안 왕족 입장에서는 최상품의 노예다. 스콜리안 왕족 입장에서 보면 남을 괴롭히면서 좋아하는 에우비안은 인간도 아니다. 이 둘이 당장 부딪히지 않는 이유는 물론 서로 가진 힘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에우비안이 철저한 계급 사회인 이유가 여기에서 나온다. 트레이더의 핏줄이 강할수록, 즉 그쪽 유전자가 뚜렷할수록 상위 계층이다. 생김새와 텔레파시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다. 스콜리안의 군대가 발달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트레이더에게서 생명을 지키려면 강한 군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스콜리안들은 그래서 에우비안보다 신속한 판단과 대응이 가능한 텔레파시 능력을 활용해 우주선과 감응하여 싸우는 엘리트 군대를 끊임없이 양성해낸다.


스콜리안 엠파이어 시리즈의 아홉 권은 모두 이런 상황에서 살아가는 스콜리안 집안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첫 권 Primary Inversion은 스콜리안가문의 딸이자 군인인 Soz와 에우비안 황제가 스콜리안을 완전히 차지하기 위해 프로바이더를 '활용', 비밀스럽게 만들어낸 텔레파시 능력자인 아들-즉 황태자- Jai(Jabrial ll)의 사랑 이야기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하면 간단하겠다. 씩씩한 소즈가 에우비안에 잡혀가 허수아비 황제 노릇을 하게 된 남편을 구출하기 위해 아슬아슬한 균형을 깨뜨리고 전쟁을 일으키는 이야기가 바로 그 속편 The Radiant Seas이다. 이 두 권 사이에는 평행우주의 다른 과거 지구로 떨어져 사랑에 빠지는 소즈의 조카 이야기, Catch the Lightning과 소즈의 남동생으로 폐쇄된 행성에 난파하여 열 여덟 해를 보내는 Karlic의 이야기 The Last Hawk가 있다. 그 뒤로 역시 그 형제로 시골 행성에서 유배 비슷한 생황를 하는 Havyrl의 사랑담 The Quantum Rose, 18년만에 폐쇄 행성을 빠져나왔다가 에우비안에게 납치되어 버린 칼릭의 Ascendant Sun, 소즈의 고모이자 시언니(소즈의 제일 큰오빠와 결혼했다.)의 Spherical Harmonic, 시간을 과거로 돌려 소즈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만남을 다룬 Skyfall , 어머니가 전쟁을 일으키고 아버지를 찾아 떠난 와중에 지구에 피신해 있다가 제발로 에우비안 제국에 걸어들어가 황제 자리를 쥐는 소즈의 아들 Jai(Jabrial lll)의 고생담 The Moon's Shadow가 이어진다. 열 번째 권인 Schism : Part One of Triad는 올해 겨울에 나온단다.

스콜리안 엠파이어 시리즈는 화려하다. 세 권력간의 미묘한 관계, 각 권력 내부의 더 미묘한 다툼, 전쟁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 마음으로 말하는 -텔레파시 능력자라는 설정이 얼마나 로맨틱하게 활용될 수 있을지 상상해 보라!- 잘생기고 강한 '귀한 핏줄'들의 사랑이다. 게다가 그냥 사랑도 아니라 초 새디스트들에게 맞서며 지켜야 하는 사랑이다. 아사로는 재미있는 글을 쓰는 작가다. 이 시리즈는 엄청난 비판을 받았고, The Quantum Rose의 네뷸러-인기상 휴고도 아닌 작가협회에서 심사해서 주는 네뷸러!- 수상은 지금까지도 '최악의 선정'이네 어쩌네 하는 말을 듣고 있다. 아사로가 설정한 FTL의 개념은 몇 달마다 한 번씩 SF뉴스그룹에서 말이 되네 안 되네 하는 소릴 듣는다.(흥미롭게도 아사로는 스콜리언 시리즈를 발표하기 전에 여기서 쓰인 초광속 비행 개념을 학회지에 정식으로 발표했었다.) 하지만 재미있다. 재미있는데 어떡하나. 재미있고 부담없는 사이언티픽 로맨스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특히 양자역학의 주요 개념을 로맨틱하게 해석한 The Quantum Rose의 챕터 제목 해설은 거의 로맨틱 사이언스 개그라 할 만 하다.(본편보다 더 웃겼다) 이 시리즈는 로맨스 쪽에서 사파이어 상 등을 받기도 했다.

반드시 출판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운명적 사랑부터 근친상간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으니 내키는 커플을 골라잡으면 된다. 매 권마다 아사로는 이해하기 충분할 만큼 설정을 반복해서 설명한다. 과학소설 뉴스그룹에서 사파이어 수상작인 Catch The Lightning을 소프트 포르노나 다름없다고 비추하고, The Last Hawk를 짜임새가 있는 편이라고 추천하는 사람도 보았다. 개인적으로는 저 두 권은 오십 보 백 보이지만 전체 흐름을 파악하기에는 The Last Hawk가 낫다고 본다. 소즈의 이야기 두 권도 재미있고, Ascendant Sun은 The Last Hawk과 바로 이어지는 속편인데다 소즈의 아들 Jai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전체 흐름을 따라가고 싶으면 함께 읽는 편이 좋다. Sperical Harmonic에 대해서는 별반 기억나는 것이 없다. Skyfall은 정말 재미없어서 억지로 읽었고, The Moon's Shadow는 SM이라서(으응?) 전권보다 나았다. 근작으로 올수록 확실히 긴장감이 떨어진다.


최근 아사로의 스콜리안 엠파이어 시리즈를 보고 있으면 솔직히 Terry Goodkind의 시리즈 따위가 연상된다. 가슴이 아플랑 말랑 하누나. 특히 Skyfall에서는 좀 더 좋은 이야기꾼이 될 수 있는 작가가 시리즈물로 인기를 얻으면서 편한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장르사적으로 유의미한 책, 두고두고 마음의 양식이 될 책을 찾는다면 이 시리즈는 잊는 편이 낫다. 하지만 우주를 배경으로 한 신나는 사랑 이야기, 재밌게 낄낄거리고 돌아서서 잊어버려도 좋은 책을 원한다면, 왼손에는 이 책을 들고 오른손에는 아이스크림을 물고 느긋하게 앉아 빈둥거려 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2004년 7월 27일 화요일

Jonathan Carroll, Sleeping in Flame

ISBN: 0679727779


배우인 워커 이스터링(Walker Easterling)은 아내와 이혼 후 비엔나에 살고 있다. 어느 날 그는 우연히 모델 일을 하는 대단히 매력적인 미인(Maria York)과 마주치고, 일종의 스토커에게 쫒기고 있던 그녀를 도와주며 인연을 맺는다. 둘은 열렬한 사랑에 빠진다.

한참 사랑에 빠진 워커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는 '미래'를 본다. 사건이 일어날 것 같으면 '감'을 느낀다. 조너선 캐롤(Jonathan Carroll)의 다른 소설들처럼 도회적인 로맨스로 출발한 'Sleeping In Flame'은 서서히 복잡하고 무서운 환상의 영역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비엔나의 진한 커피와 개성있는 친구들과 그냥저냥 굴러가는 삶을 즐기던 워커는 이제 잘 이해되지 않는 비현실적인 사건에 맞서 자신과 마리아를 지켜야 한다. 그는 강력한 샤먼인 Venasque를 소개받고, 그를 통해 자신의 전생을 알게 된다.

식상하기 그지없는 소재를 쓴 흔한 판타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캐롤이 엮어가는 이 비틀린 동화는 조금도 식상하지 않다. 식상하기는 커녕 깜짝 놀랄 만큼 새롭기만 하다. 스토커의 위협, 사랑의 애틋함, 생존의 절박함, 그에다 전생의 비밀까지......일단 읽어 보라는 말밖에 못 하겠다. 이런 새로움은 일개 독자가 졸렬한 글줄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통 먼저 소개한 The Bones of The Moon을 무서운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Sleeping in Flame을 호러/스릴러에 친숙한 사람에게 권해 왔지만 사실 호러라고 지레 겁먹을 것 없는 책이다. 차곡차곡 쌓인 긴장도 클라이막스에서 시원하게 풀려나간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위 표지 사진의 빈티지(Vintage)판 페이퍼백이 정말 빈티나게 허접하다는 것이다. 저 촌스런 주황색 표지는 실제로 보면 '대체 이 따위로 표지를 써서 책이 팔리길 바라는 건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형편없다. 게다가 종이는 또 얼마나 구질구질한지! 머리 위로 들고 읽으면 코가 간질간질하고 기침이 난다. 그런 주제에 값은 보통 트레이드페이퍼백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나 좋은 소식이 있으니 마음을 놓으시라.(나처럼 빈티지판을 가진 사람에게는 억울한 소식이지만) 토어(Tor)에서 2004년 가을/겨울중에 이 책을 트레이드 페이퍼백으로 새로 출간겠다고 발표했다. 토어라면 걱정없다. 어떤 표지가 되든 지금 것보다야 나을 테고, 종이도 토어에서 내놓은 캐롤의 다른 TPB와 비슷할 터이니 아마 괜찮은 책이 될 것이다. 독자를 사로잡는 힘이 굉장한 두껍지 않은-300페이지쯤?-책이니, 토어 판이 나오거든 꼭 읽어보길 권한다.

Jeffrey Ford

[##_1L|XXA1aJnUkC.gif|width=115 height=176|Chris Carroll(BookPage)_##]
* 세련된 필치가 돋보이는 미국의 판타지 작가. 1980년대부터 활동했으나 장편 The Physiognomy로 1997년 세계환상문학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최근 휴고, 네뷸러, 로커스, 세계환상문학상 등에 연이어 후보로 오르며 뒤늦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1955-
* 공식 홈페이지
* 저서 목록

2004년 7월 26일 월요일

Gardner Dozois

[##_1L|XUwihbDsQv.jpg|width=235 height=188| 사진: Beth Gwinn(Locus) _##]* 과학소설 작가로 데뷔, 네뷸러상 등을 수상하며 재능있는 신인 작가로 주목받았으나 곧 편집자로 전향하여 아시모프지(Asimov's Science Fiction)에서 열 여덟 해 동안 다양한 앤솔로지와 잡지를 편집하며 명성을 쌓았다. 탁월한 감식안과 장르의 경계에 대한 유연한 시각으로 아시모프지뿐 아니라 과학소설의 확장에 기여했으며 수없이 많은 상을 받았다. 최근 아시모프지의 편집장 자리를 내어 놓고 휴식 및 집필 활동에 들어갔다. 1947-
* 저서 목록

Nancy Kress, 'The Beggar Trilogy'

ISBN: 0380718774

/ 0312857497

/ 0812544749


이 블로그의 첫 게시물에서 나는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은 단편으로 낸시 크레스(Nancy Kress)의 'Out of all them bright stars'를 꼽았다. 사실 이 단편을 읽었던 날 오후에 나는 낸시 크레스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든 중편을 한 편 더 읽었었다. 침대에서 빈둥거리다가 별 생각 없이 펼친 도조와(Gardner Dozois)의 연간 과학소설 걸작선 9권 맨 작품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어정쩡하게 침대에 기댄 채로 그 중편을 단숨에 읽고 - 고쳐 앉을 틈도 없었다- 저자의 이름을 다시 보았다. 낯이 익었다. 책장으로 걸어가 낮에 읽은 Future on Ice의 뒷표지를 훑어 보았다. 아까 그 작가다.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인상적인 글을 둘이나 만난 그 날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후로 내가 낸시 크레스의 이름만 실려 있으면 어떤 단편집이든 무작정 모았다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그 때 내가 읽었던 글이 바로 낸시 크레스의 대표작, 휴고&네뷸러&스터전 수상작인 Beggars In Spain(1983)이다.

Beggars In Spain은 유전자 조작을 이용해 원하는 아이를 얻을 수 있는 기술이 처음 도입된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날씬하고, 똑똑하고, 건강한 딸을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낸다. 지능이나 체력이야 새삼스럴 것이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아이, 레이샤(Leisha Camden)는 또한 다른 부분이 조작된 최초의 인간들 중 한 명이다. - 레이샤는 잠을 자지 않는다. Sleepless라고 이름붙여진 이 아이들은 곧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사회를 주도해간다. Sleepless들은 더 총명하고, 더 건강하고, 더 뛰어나다. 남들이 자는 사이에 공부하고 남들이 깨어 있을 때에도 일하며, 잘 지치지도 않는다. 도저히 보통 사람(Sleeper)들은 따라갈 수가 없다. 이런 극소수의 사람들이 결국 다수에게서 비난과 악의와 공격의 표적이 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욕심으로 자기 아이를 Sleepless로 만든 부모가 자지 않고 보채는 애를 버리거나 죽이는 사건까지 발생한다. 상황이 점점 나빠지자 Sleepless들은 Sleeper들을 피해 자기들 끼리의 낙원이자 피난처를 만들어 보려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를 내키지 않는 눈으로 보는 Sleeper들과의 관계에서는 물론이고,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진 Sleepless들끼리도 마찰이 생긴다.

낸시 크레스는 이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더욱 매력적인 이야기로 다듬어냈다. 어설픈 거대 담론을 끄집어내기보다는 처음부터 다르게 태어나 버린 사람들이 겪는 삶, 사랑, 갈등을 세심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근본적인 면에서 놀랍도록 사실적으로 그려내는데 집중한다. 레이샤는 총명한 젊은이이자,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Sleeper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새로운 인류이자, 사랑에 고민하는 아가씨이자, 레이샤 때문에 아버지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평범한 Sleeper 자매와의 관계를 난감해 하는 여동생이다. 그리고 주인공을 통해 '신인류 이야기'는 오늘 우리가 웃고 울며 공감할 현실이 된다.

낸시 크레스는 이후 Beggars In Spain을 장편으로 늘이고, 속편 Beggars and ChoosersBeggar's Ride를 발표하여 이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거지 삼부작(The Beggar Trilogy-혹은 Sleepless Trilogy)'을 완성했다. 속편은 솔직히 아쉬운 수준이다. 단편을 늘인 장편이 대개 그렇듯 이야기의 힘이 빠지고 거대 담론이 끼어들면서 3부작은 작가가 주체하지 못하는 제 8차원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중편 Beggars In Spain은 뒤에 군더더기를 붙여버린 낸스 크레스의 명백한 실수와 상관없는 걸작이다. 중편을 읽고 나면 틀림없이 속편이 읽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굳이 궁금하면 읽어도 별 상관은 없다. 비추천할 만큼 형편없는 글이 아니고, 낸시 크레스의 '사람이야기' 재주는 여전하니까. 하지만 너무나 훌륭한 중편에 비해 그 명성에 기댄 범작 티가 완연한 뒷 두 권을 굳이 찾지는 말기를 권한다.

Beggars In Spain의 중편 원작은 단편집 'Beaker's Dozon', 제임스 모로우(James Morrow)가 편집한 'Nebula Showcase' 27권, 내가 이 글을 접한 책인 가드너 도조와의 'The Year's Best Science Fiction: Ninth Annual Collection', 데이비드 하트웰(David G. Hartwell)의 'The Hard SF Renaissance'와 'The Science Fiction Century', 그레고리 벤포드(Gregory Benford)의 'The New Hugo Winners' 4권 등에 실려 있다. 이 외에도 아마 여러 단편집에서 찾을 수 있을 테고, 인터넷 이북 서점 fictionwise.com에서도 파일을 팔고 있다. 기대가 높으면 실망하기 쉽다지만, 감히 단언하건데, 이 글에는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Peter Crowther

[##_1L|Xdn5N3gFrh.jpg|width=191 height=167| 사진출처: The Alien Online_##]
* 영국의 소설가, 편집자. 1970년대에 좋은 단편을 여럿 발표해 주목을 끌었으나 이후 음악과 문학 분야에서 주로 비평가 겸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1999년에 PS Publishing이라는 소형 출판사를 설립, 훌륭한 판타지/호러 중편집을 여럿 내놓으며 편집자로서 새로이 이름을 알리고 있다. 1949-
* 작품 목록

Michael Swanwick

[##_1L|XQYb6jQkn3.jpg|width=132 height=190|사진출처: Tachyon Pub. _##]
* 미국의 과학소설 작가. 폭넓은 작풍을 자랑하며 포스트 사이버펑크부터 판타지까지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 최근 몇 년 간은 엽편에 전념해 왔으나, 최근 장편 작업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1950-
* 공식 홈페이지
* 저서 목록

2004년 7월 25일 일요일

아날로그

[##_1R|XamPFFyUi1.jpg|width=123 height=195| _##]
* 공식 홈페이지
미국의 유서깊은 과학소설 잡지. Analog Science Fiction and Fact가 정식 명칭으로, 존 캠벨 주니어가 창간한 'Astounding'을 전신으로 한다. 아날로그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소개]글을 참고할 것.

Catherine Asaro

[##_1L|XbURyDxktv.gif|width=184 height=179|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_##]
* 미국의 과학소설 작가. 본래 무용을 공부했으나 물리학으로 관심을 옮겨 박사학위를 받았다. 로맨스 요소가 강한 과학소설 시리즈로 인기를 얻었고, 최근에는 판타지(로맨스)도 발표하고 있다. 1955-
* 공식 홈페이지
* 저서 목록

Nancy Kress

I'd thought I was a cynic. But cynicism is like money: somebody else always has more of it than you do.

- in 'Beggers and Choosers'


[##_1L|XSbzSBUORr.jpg|width=235 height=180| 사진: Beth Gwinn (Locus) _##]
* 미국의 과학소설 작가. 판타지로 데뷔했으나 곧 과학소설로 전향, 인간(특히 여성)의 심리를 깊이있게 묘사한 중단편으로 이름을 알렸다. 1948 -
* 공식 홈페이지
* 저서 목록

Robert Charles Wilson

"Why waste time on me, then?"
"You're no more or less important than any of the rest. You matter, Guilford, because every life matters."

- in 'Darwinia'


[##_1L|XYcE0Ik4sz.jpg|width=200 height=167| 사진: Andrew Specht_##]
* 미국 출신이나 캐나다로 이민한 과학소설 작가. 특히 대체역사 소설을 다수 발표했다.
* 공식 홈페이지
* 저서 목록

Jonathan Carroll

In order to survive, you must learn to live without everything. Optimism dies first, then love, and finally hope. But still you must continue. If you were to ask me why, I would say that even without those fundamental things, the great things, the hot-blood-in-the-veins things, there is still enough in a day, in a life, to be precious, important, sometimes even fulfilling.

- in 'The Marriage of Sticks'


[##_1L|XfKT7Xwakg.jpg|width=241 height=207| 사진: Beth Gwinn (Locus 2003) _##]
* 미국 출신으로 현재 비엔나에 거주중인 판타지/호러 작가. 호러로 데뷔했으나 근작으로 올수록 판타지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1949-
* 작가 홈페이지
* 저서 목록

2004년 7월 13일 화요일

[잡기] SF/ F 소식 & 잡담

1. Wishlist

Peter Crowther의 단편집 Songs of Leaving 아마존링크 : 분명히 리뷰를 읽었는데 어째서 미출간이냐! 과학소설 성향이 강한 단편이 다수 수록되었단다.
John Crowley의 단편집 Novelties & Souvenirs : Collected Short Fiction 아마존링크 The Locus Award 아마존링크 : 어느새 출간.

Amy Thomson, Storyteller 아마존링크
Howard Cruse, Wendel All Together 아마존링크 198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게이 코믹 스트립을 모았다.

2. 이번 Strange Horizons에 재미있는 칼럼이 떴다. The SciFi Superiority Complex

3. scifiction 클래식 코너에 딜레이니가 올라왔다. 링크

2004년 7월 11일 일요일

James Morrow, Towing Jehovah

ISBN: 0156002108


미켈란젤로의 저 유명한 시스틴 성당 천정화에는 구름 위에 둥둥 떠서 흰 수염을 휘날리는 분이 등장하시니, 그분이 바로 여호와니라. 하지만 실제로 오늘을 사는 우리들 중 절대자가 인간, 그것도 앞머리가 살짝 벗겨진 백발의 할아버지 모습을 하고 있으리라고 믿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제임스 모로우(James Morrow)의 유쾌발칙한 소설 '하나님 끌기'는 딱 그 그림같이 생긴, 키가 '2마일(3200m)'에 달하는 신이 정말 '하늘 위'에 살고 '있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왜 과거형인가, 그야 물론 이 신이 원인불명의 죽음을 맞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길이가 2마일, 무게는 당연히 몇십 톤에 달하는 시체가 하늘에서 뚝 떨어져 태평양에 둥둥 떠다니게 되었고, 천사들은 이 창조자의 시체를 썩기 전에 북극으로 보내 얼려 제대로 된 장례를 치르고 싶어한다. 하지만 하나님과 공명하는 - 그러니 함께 죽게 되는 - 천사에게는 장례를 치를 시간이나 힘이 없다. 그래서 천사들은 곳곳에 흩어져 장례를 치를 사람들을 모은다.

Anthony Van Horne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형 유조선을 운항하는 유명한 선장이었으나, 잠깐 선교를 비운 사이에 유조선 침몰이라는 큰 사고가 일어나는 바람에 환경운동가들의 적이고, 바다의 불운이고, 위대한 선장이자 천상 바닷사람인 아버지로부터까지 비웃음을 당하는 불쌍한 아들이 된 비참한 전직 선장(현직 백수)이다. 그는 사고의 충격을 잊지 못하고 밤이면 비누로 몸을 씻고 또 씻고, 꿈 속에서는 기름 범벅이 되며 살고 있다. 그런데 평소처럼 몰래 예배당 연못에서 몸을 씻고 나오던 밤에, 난데없이 하나님의 시체를 끌 배의 선장을 맡으라는 천사 라파엘을 만난다. 헛소리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이상하다. 게다가 등 뒤로 보이는 저것은 틀림없는 후광! 얼떨떨한 전직 선장 앞에서 라파엘은 아버지에게 다시 연락하라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Thomas Ockham 신부는 과학적인 사고를 자랑으로 삼는 성실한 성직자이다. 어느 날 갑자기 바티칸의 부름을 받은 그는, 바티칸 지하 비밀 방에서 천사 가브리엘을 만난다. 가브리엘에게서 하나님이 죽었고 북극에서 장례를 치러야 한다는 말을 들은 교황은 바티칸의 돈으로 배를 마련하고, 천사들이 시킨 대로 Van Horne을 선장으로 임명한다. 그리고 카톨릭의 책임자로 Ockham신부와 Maria 수녀를 보낸다. 또한 현대는 과학의 시대, 바티칸에게는 또다른 잠정적인 목표가 있으니, 바로 바티칸의 수퍼컴퓨터 OMNIVAC 이 계산한 시일 안에 하나님의 시체를 북극에서 얼려 그 뇌세포를 보존하여 장래에 하나님의 부활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체가 썩기 전에 북극까지 가야 한다.

선원을 모집하고 바삐 출발한 Carpo Valparaiso호. 물론 선원들은 유조 업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있겠는가. 바티칸과 배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나고, 때가 되어 실제 배의 임무를 알게 된 선원들은 혼란에 빠지며, 항해 중에 우연히 구출한 여자 Cassie Fowler도 말썽이다.

소소한 에피소드를 다 말하면 독서의 재미를 빼앗는 꼴이 될 터이니 이쯤에서 그만둔다. 이 책은 (실제 종교가 있는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특정 종교를 비웃거나 비난하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니다. 이 책이 정말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신이 있든 없든 결국은 이어지는 인간의 삶이다. 그 속에 담긴 괴로움과 기쁨, 갈등과 사랑, 무엇보다도 충만하지 않을지언정 사라지지도 않는 희망을 모로우는 놀랄 만큼 재치있고 솔직하게, 단단한 심지가 살아 있으면서도 결코 지나치지 않은 풍자에 담아낸다. 굉장히 심각하고 위험할 수 있는 소재를 "야아, 이 발칙한 사람 좀 보게나." 하고 낄낄 웃게 다듬어 내놓는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제임스 모로우는 성경을 비튼 판타지를 여러 권 썼다. Blameless in AbaddonThe Eternal Footman로 이어지는 삼부작의 첫번째 편으로 세계환상문학상을 수상한 이 책 외에도, 시험용 인공자궁에서 태어나 등대지기의 딸로 자라는 하나님의 딸(즉 예수의 여동생)이 주인공인 Only Begotten Daughter(세계환상문학상 수상작), 제목만으로도 작가의 작품 세계를 알 수 있는 단편집 Bible Stories for Adults등이 나와 있다. 멋진 풍자 판타지를 읽고 싶다면 (그리고 성스러운 옛날 이야기의 비틀림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어느 책이든 좋으니 한 번 읽어 보길 권한다. 개인적으로 국내에 소개되기를, 이왕이면 직접 소개할 수 있기를 바라는 소설가 중 한 명이다.

2004년 7월 7일 수요일

[잡기] SF/F 소식

1.

로커스 상 결과 발표


2. The Third Alternative 여름호 도착. 인터뷰 기사는 Jonathan Lethem, Russell Hoban. Graham Joyce의 게스트 에디토리얼이 마음에 든다. "New Weird is really just the same Old Peculiar we’ve been getting smashed on for years. It’s the delicious, dark morbidity, you see."
표지 뒷면에 앤디 콕스가 편집하는 인터존 194호 전면광고가 실렸는데......원래 하던 대로 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어? 이건 광고만 봐서는 완전 TTA-2잖아! 로고 디자인도 바뀌었어! 이게 뭐야! ㅠ_ㅠ

3. 좀 늦었지만 로커스 5월호에 실린 소식 몇 가지. Catherine Asaro가 새 스콜리안 엠파이어 소설을 토어에 팔았다. '반지의 제왕'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과학소설과 판타지의 영화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이, 로봇'의 이번 개봉에 맞춰 밴텀에서 파운데이션 시리즈와 로봇 시리즈의 하드커버 신판을 내놓는단다. 로봇 시리즈 뒷편의 영화화 여부는 불확실한데, 그 이유는 '아이, 로봇'은 20세기 폭스사가 만들지만 그 외 로봇 시리즈(The Caves of Steel, The Naked Sun, The Robots of Dawn)의 권리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파라마운트사가 2년 전에 사들인 버로우의 'A Princess of Mars'(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2006년 개봉 예정. 파라마운트&드림웍스가 함께 제작하는 웰즈의 'The War of the Worlds'의 주인공은 탐 크루즈, 감독은 아마도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 예정 영화로는 알프레드 베스터의 '파괴된 사나이', 올슨 스콧 카드의 '엔더의 게임', 닐 게이먼의 '코렐라인', 필립 풀먼의 '황금 나침반', 피터 비글의 '마지막 유니콘', 로날드 달의 '찰리와 초컬릿 공장', 더글러스 아담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레이 브레드버리의 '화씨 451'등이 있다. 실제로 몇 편이나 제작될지는 두고 보아야겠지만.......이 기사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위 로커스 SF부문 수상작인 Illum도 이미 영화 판권이 팔렸고.

4. 프링글이 인터존을 정리한 이유가 이혼이었네. 아내와 함께 만드는 잡지의 담보였던 집이 이혼하면서 없어졌기 때문이란다.

5. 리즈 윌리엄스 인터뷰 중

'Whatever we do, we're always (for want of a better word) androcentric, in that we always feel we have a right to control the environment. This is not a particular criticism, because it's natural for us to want to do that. But it's controlling either in the sense of exploiting it or in the sense of sustaining it for our future purposes. The world doesn't care."

2004년 7월 2일 금요일

[잡담] '신들의 사회' 신판 하드커버


EOS에서 이번에 내놓은 신판 하드커버. 우-하하하하하. 개인적으로 '신들의 사회'라는 번역 제목이 이 작품의 인기에 큰 공을 세웠다고 생각하는 터라 ㅡ '정신세계'사에서 나온 '미륵보살'이라는 책을 상상해 보라! ㅡ , 이런 노골적인 표지를 보니 엄청 재밌다. 캐서린 아사로의 Primary Inversion 일어판 표지(아래)에 버금가는 걸작이구먼.

Kate DiCamillo, The Tale of Despereaux



2004년 뉴베리 수상작. 이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Light is powerful.
2. Soup is wonderful.
3. Forgiveness is powerful and wonderful.
4. Love is powerful, wonderful, and ridiculo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