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26일 일요일

Robert Kirkman & Cory Walker, Invincible 1 : Family Matters

마크 그레이슨은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드래곤이며 악당들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수퍼히어로 중 한 명인 Omni-Man아버지와 지구인 어머니 사이의 외동아들이다. 어느 날, 마크는 알바하는 햄버거집에서 쓰레기를 비우러 나갔다가 쓰레기장에 던진 쓰레기 봉투가 하늘 저편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고 드디어 자신에게도 초인적인 힘이 나타나기 시작했음을 깨닫는다. 아버지는 이 소식을 듣고 자기 유니폼을 맞춘 곳에 가서 초인영웅다운 옷을 마련해 준다. 마크는 Invincible이라는 가명을 정하고 초인영웅 대열에 합류한다.

Image에서 발간중인 인빈서블 시리즈 첫 권인 이 책은, 초인의 일상생활을 지극히 일상적으로 다루어 흔해빠진 초인영웅물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인빈서블도 악당을 무찌르기는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흔한 초인영웅담과 별로 다를 것이 없고 - 사람들이 쉽게 죽고 선악 구도가 단순하다 -, 솔직히 적당히 해치운 게 아닌가 싶을 만큼 허술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인빈서블은 여기에 대만에서 드래곤과 전투중인 남편을 티비 뉴스에서 보고 "오늘 저녁은 우리 둘이서 먹어야겠구나."라고 하는 어머니와 식사를 하다 말고 휘리릭 사라졌다 휘리릭 돌아와 수저를 들며 "이집트에 마법 홍수가 나서 막아 주고 오느라.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라고 말하는 아버지를 등장시킴으로서 색다른 재미를 부여한다.

기본적으로 초인영웅물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별로 재미가 없을 책이지만, 슈퍼맨, 배트맨, 엑스맨 등 '맨'류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기대를 갖고 다음 책을 지켜볼 만 하겠다. 페이퍼백 단행본으로 2권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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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웃겼던 장면 1) 주인공 마크와 초인친구 '아톰이브'(본명 사만다)가 악당을 만났다. 악당이 단번에 두 사람을 알아보고 "마크, 사만다, 왔구나. 들어가서 얘기하자"고 하자, 아톰이브가 "어떻게 우리 정체를....?"
악당 왈, "바보냐? 너넨 마스크도 안 썼잖아."

2004년 9월 22일 수요일

Steven Seagle & Teddy Kristianse, It's a Bird

ISBN: 1401201091

DC코믹스의 성인층을 겨냥한 임프린트 Vertigo에서 나온 하드커버.
주인공 스티븐은 만화작가(author)로 - 미국의 만화(그래픽노블)은 국내 만화와 달리 글 쓰는 사람(author), 그림 그리는 사람(illustrator), 글씨 쓰는 사람(letterer)의 역할이 엄격히 나누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 편집자로부터 가장 유명한 만화 주인공 중 하나인 슈퍼맨에 대한 만화를 써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는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일생 일대의 기회로 생각하고 덥석 받아들일 일이다. 그러나 스티븐은 개인적인 이유로 슈퍼맨에 대한 만화를 그리기 싫어한다. 그는 사실 그 유명한 슈퍼맨 만화를 본 적조차 없다. 다섯 살 적, 할머니께서 돌아가실 때 병원에서 어른들이 조용히 있으라며 줬던 책 단 한 권 말고는.

이 만화는 슈퍼맨에 대한 이야기이다. 홀로 외계 행성에서 자란 소년, 자신의 정의를 힘으로 밀어붙이는 남자, 진정한 자아를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는 외로운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이 만화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괴로워하는 만화가, 솔직해지지 못하는 애인, 가족 안에 숨겨진 상처에 부끄러워하고 분노하는 평범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던져버리고 모른 척 할 수 없는 운명을 감싸안고 어떻게든 살아 내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의 초인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Steven Seagle(....그 시걸이 아니다.)의 솔직하면서도 잘 정제된 글과 - 이 책은 작가 자신의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 글의 느낌을 놀랄만큼 잘 살려낸 Teddy Kristianse의 그림 모두 일품인, 모르고 지나치기 아까운 따뜻하고 감동적인 책이다. 스포일러를 만나면 좀 곤란할 내용이라 자세한 내용에 대해선 쓰지 않는다. 어쨌든 강력 추천.

2004년 9월 21일 화요일

콘노 오유키,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 2 - 황장미 혁명

ISBN 8953253780

서울문화사 출간. 사실 예전에 떠돌던 온라인 번역본으로 3권까지 본 책이다. 1권은 당시 너무 여러 번 읽어(...) 일단 구입을 보류하고 2권부터 정식 번역본으로 재독. 백합물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지만 - 라이트 노블은 이 책이 처음이다 - 여학교를 졸업한 내게 이 책은 꽤 공감가는 솔직한 학원물이다. 여학생들끼리의 동경이라든지, 우정이라고 선을 긋기 애매한 관계 등, 감정적으로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이 많아 고개를 주억이게 된다. 중학생 시절을 떠올리며 즐겁게 읽었다.

2004년 9월 20일 월요일

Christie Golden, Star Trek Voyager #19: Dark Matters Trilogy

#1: Cloak and Dagger
#2: Ghost Dance
#3: Shadow of Heaven

스타트랙 보이저 19편. 총 세 권짜리로, 내용은 왜 세 권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헐렁하다. 특히 3권에서 1권과 2권 내용을 지나치게 친절히-_- 설명하더라. 보이저 초기 에피소드 중 하나의 '웜홀을 통해 과거의 알파 쿼더런트에 있는 로뮬란 과학자와 연락한다'에서 이야기를 시작해서, 그림자 우주(Shadow universe)와 flat universe가설을 끄집어낸다. 다른 차원에 있는 생명이 flat universe가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하도록 - 팽창하거나 수축하지 않게 - 지키고 있었으나, 그들 중 한 명(?)이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검은물질(dark matter)를 비틀어서 로뮬란과 인간 등등이 사는 우리네 우주를 위협하자 보이저가 해결하려 나선다. 아이디어는 괜찮았고 과학적으로는 무의미했다. 제3의 초인적 존재에 의해 우주가 농락당하고 있다는 설정은 너무나 스타트렉 답지 않단 말이다! 매번 차이기만 하던 해리 킴이 임자를 만나나 했으나 이번 사랑도 결국 잘 되지 않았다. 톰 패리스와 차코테의 그림자 우주 모험담은 읽을 만 했으나, 톰 패리스와 벨라나 토레스의 이별을 좀 더 애틋하게 만들어 주질 않아 유감이었다. 톰 패리스 캐릭터의 가벼운 퇴학생에서 여전히 귀엽지만 책임감 있는 스타플릿으로 발전이 보이저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스타트렉 노벨라이제이션 중 평균에서 살짝 위 정도. "계속 보지, 뭐."라며 다음 권을 집어 들 정도는 된다.

2004년 9월 18일 토요일

The Magazine of Fantasy and Science Fiction, Oct/Nov. 2004


"Time to Go" by Michael Kandel
"A Paleozoic Palimpsest" by Steven Utley
"The End of the World as We Know It" by Dale Bailey
"The Angst of God" by Michael Bishop
"Cold Fires" by M. Rickert
"Opal Ball" by Robert Reed

Novelet
"Finding Beauty" by Lisa Goldstein
"Flat Diane" by Daniel Abraham
"The Courtship of Kate O'Farrissey" by John Morressy
"The Little Stranger" by Gene Wolfe
"In Tibor's Cardboard Castle" by Richard Chwedyk

2004년 9월 16일 목요일

리처드 파인만 & 랄프 레이튼, 남이야 뭐라 하건!

ISBN : 8983711523


파인만은 인기가 있다. 훌륭한 물리학자일 뿐 아니라 유명하다. 꽤 잘 생긴 얼굴, 폭탄머리 아인슈타인 만큼이나 강렬한 대중 이미지, 백프로 미국 출신 이론물리학자라는 호감 요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준 덕분에, 파인만은 그가 원했든 그렇지 않든 '팔리는 이름'이 되었다.

......그러니까 이런 잡탕 책도 번역 출간이 되는 거다.

이 책의 전반 삼분의 일은 '파인만씨, 농담도 잘 하시네요(Surely You're Joking, Mr. Feynman)'과 상당히 겹치는 자잘한 수재 에피소드와, 지금까지 소개된 적은 없지만 유명인의 사생활에 각별한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여길 그의 첫 결혼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그 뒤를 '이렇게 유명한 사람이 이런 일을 겪었다네요'류의 에피소드와 파이만의 이름이 등장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별로 사료적 가치가 없어 보이는 개인적인 편지 몇 편이 따른다. 그 나머지는 뜬금없게도 챌린저호 폭파 사고에 대한 파인만과 조사단의 문제점 분석 과정과 파인만이 작성한 결과 보고서이다. 그에 더해 과학의 가치에 대한 연설문도 실렸다.

파인만의 팬이라면 즐겁게 읽을 만 하다. 또 들어도 재밌는 얘기라는게 있기 마련이고, 1930-60년대 물리학 인물사는 주인공이 누구든 그 자체로 피가 끓는 열혈물이니까. 챌린저호 폭파 사고의 원인을 추적해 가는 과정도 이 사고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서를 읽어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꽤 흥미로웠다. (요약: '날씨가 너무 추웠기 때문에 사고가 났다.') 하지만, '남이야 뭐라 하건'이 파인만의 사생활과 챌린저호 사건이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두 가지 소재를 한꺼번에 우겨넣은, 초점도 없고 독자도 애매하고 심지어 장르까지-위인전이냐, 자서전이냐, 과학교양서이냐- 불분명한 책이라는 점은 분명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파인만의 사생활이 궁금하면 '파인만 씨 농담도 잘 하시네'를, 파인만에게서 물리학 강의를 듣고 싶으면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나 'Q.E.D. 강의'를 집어드는 쪽을 권한다.


덧: '생각되어진다'같은 표현은 번역자가 틀려도 편집 데스크에서 고쳐야 하는 것 아닌가?

2004년 9월 15일 수요일

Robert Freeman Wexler, In Springdale Town


대단한 스타는 아니지만 유명한 Scifi 드라마의 오렌지색(.....녹색인가?) 외계인 같은 소소한 역할로 제법 밥벌이를 하던 탤런트 Richard Shelling은 어느 날 프로듀서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하던 중에 갑자기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는 파티장에서 나와 서쪽으로 차를 몰다가 안개 낀 도로에서 'Springdale'이라는 표지판을 발견한다. 예전에 'Patrick Travis'라는 이름의 조연으로 출연했던 티비 드라마의 배경 마을이 바로 스프링데일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낸 리처드는 이 낯익은 이름의 낯선 마을에 들어가고, 작고 소박한 전원 마을에 농장이 딸린 집을 구입하여 아예 눌러앉는다.

변호사 Patrick Travis는 이혼 후 처음으로 스프링데일에 돌아온다. 아내의 불륜으로 삼 년만에 박살난 결혼. 그는 거절하기 힘든 결혼식 초대를 받아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전처의 고향이자 결혼생활의 거처였던 작은 마을에 다시 발을 디딘다. 이미 쓴맛을 본 그에게 친구의 결혼식은 별로 축하할 일 같지 않고, 전처를 아는 사람들과의 만남 역시 달갑지 않다. 익숙해서 더 불쾌한 마을에서 한시라도 빨리 빠져나가고 싶어하던 패트릭은 막상 기차역에 들어서자 도망치는 것 같은 기분이 싫어 이왕 온 김에 - 전처가 스페인으로 놀러 가서 마주칠 가능성이 없는 김에 - 하루 더 머무르기로 마음을 돌리고 근처 카페로 향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스프링데일의 비밀을 안다고 주장하는, 친구 결혼식에서 얼굴만 봤던 소설가를 다시 만나게 된다.

Robert Freeman Wexler의 첫 번째 출판 단행본인 In Springdale Town은 이 신인 작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머릿말을 써 준 Lucius Sheperd의 음울하고 신비로운 남미 배경 환상 소설에, Jonathan Carroll의 세련된 도시 판타지를 섞어 넣은 다음 미국 소도시로 옮겨가 잔디를 심고 오후 다섯 시의 햇살을 비추어 주면 이 중편이 나오리라. 웩슬러는 아주 살짝 어긋난 현실의 당혹스러운 환상성을 노련하고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리처드가 어딘가 이상한 스프링데일에서 느끼는 고립감과 공포, 패트릭이 아무래도 이상한 스프링데일에서 느끼는 난감함과 호기심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독자를 끌어들인다. 어정쩡하기 쉬운 80페이지 남짓한 분량임에도 딱 맞아 떨어지는 깔끔한 마무리에서도 신인 작가답지 않은 솜씨가 드러난다.

조너선 캐롤이나 루셔스 셰퍼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틀림없이 즐겁게 읽을 책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관심이 아깝지 않을 주목할 만한 작가다. 다만 이 책이 소형 출판사 PS Publishing에서 비싼 사인판 한정본으로 나온 것에 이어, 첫 장편 Circus of the Grand Design도 Prime Books에서 권당 35달러짜리 하드커버 사인본(600부한정)으로 출간되었다(2004/8). 안타까운 일이다. 아쉬운 대로 작가가 FM에 올린 Circus of the Grand Design의 excerpt를 링크해 둔다.Circus of the Grand Design : Excerpt

2004년 9월 10일 금요일

Lemony Snicket, The Bad Beginning (A Series of Unfortunate Events, Book 1)



국내에도 소개된 '위험한 대결'연작. 원서는 11권까지, 국내 번역서는 4권까지 나와 있다.(문학동네 출간) 예쁘장한 러프커팅 하드커버 원서도 서울시내 대형 서점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다.

갑작스런 사고로 고아가 된 세 남매 바이올렛, 크로스, 서니는 법에 따라 얼굴도 본 적 없는 친척집에 맡겨진다. 유산은 있지만 아직 어리기 때문에 어른이 될 때까지 받을 수 없으니 꼼짝없이 얹혀 사는 신세다. 남매는 상냥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친척집에서 ***하고 ++++한 고생을 하게 된다.

이 책의 뒷표지에는
'만약 당신이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다'로 끝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펴들지 않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이 책은 불행한 사건으로 시작될뿐더러, 결말 역시 해피 엔딩이 아니기 때문이다. (후략)'
라는 경고문이 미리 쓰여 있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아마 번역서에서는 이 글이 책 안에 수록된 것 같다.

웃어넘길 경고가 아니다. 이 책은 진짜 생고생담이다. 정말로 XXXX하고 $$$$하고 ##하기까지 한 책이다! 무섭고 슬픈 고생담이 싫다면 절대 읽지 마시길. ㅠ_ㅠ

2004년 9월 4일 토요일

Jeffrey Ford, The Fantasy Writer's Assistant and Other Stories

ISBN: 193084610X


2002년에 골든 그리폰에서 나온 Jeffrey Ford의 단편집. 당연히 소개한 줄 알았으나 뜻밖에 엔트리가 없어 뒤늦게 간단히 써 본다.

독특한 상상력이 반짝반짝 빛나는 이 필독 단편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바로 표제작 The Fantasy Writer's Assistant이다. 유명하고 괴팍한 할아버지 환상소설가의 조수로 일하게 된 젊은 화자가 환상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의 경계를 조금씩 허물며 한 단계 올라서는 과정을 탁월하게 묘사한 이 중편은, 익숙한 소재로 어떻게 새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내가 눈시울을 붉히며 몇 번이나 거듭 읽었던 잔잔하고 따뜻한 단편 Creation도 환상소설 독자라면 반드시 챙겨 읽어야 할 글이다. ('창조'라는 제목으로 황금가지 간 '세계환상소설단편결작선'에 실린 세계환상문학상 단편수상작) 알려지지 않은 카프카의 책이 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삼아 작가 본인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풀어나간 '카프카적인 소설' Bright Morning로 단편집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도 훌륭하다. 혹시 이 책을 구입하여 읽는 독자라면 Bright Morning을 반드시 제일 나중에 읽도록! 좋은 책을 맛있게 잘 읽었다는 성취감을 더해준다.

한 편 한 편이 다 인상깊은, 알차고 환상적인 단편집이다. 책을 직접 사기 부담스런 독자를 위해 아래에 수록작 중 몇 편의 전문이 있는 웹페이지를 링크해 둔다.

Out of the Canyon
Quiet Days in Purgatory
Exo-Skeleton Town
The Far Oasis
Malthusian's Zomb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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