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27일 토요일

S.S. 반 다인, 그린살인사건

중역본은 피해 왔으나 원서 E-book이 나와 있지 않고, 서점까지 사러 가기는 귀찮아서 북토피아에서 이북으로 구입했다. 읽는 내내 예전에 읽었던 책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동서추리문고는 다 읽었던 것 같기도 한데, 하도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정확히 나질 않으니 원. 어쨌든 범인이 누구인지까지는 기억하지 못한 덕분에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사소한 트릭에 치중하기보다는 직선적으로 승부하는 본격 추리물로, 주인공의 [따져보면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는] 수다가 굉장하다.

2005년 8월 25일 목요일

콘노 오유키,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 10 - 레이니 블루

아우님의 평을 빌려 쓰자면, "다음 권에서 어떻게 진행될지 뻔한데도 막 눈물이 나더라."

나는 울지는 않았지만, 유미가 우산을 잃어버리고 돌아와 바닥을 치는 장면에선 가슴이 찡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갖고 있던 읽을 거리가 이 책 한 권 뿐이라, 세 번도 넘게 읽었다.

2005년 8월 20일 토요일

호어스트 에버스,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스노우캣이 yes24 칼럼에서 추천한 책을 승민오빠가 구입하여 읽은 다음 내게 선물한 (헥헥) 책. 무진장 게으른 주인공의 일상을 위트있게 그린 소품이다. 부담없이 읽을 만 하지만, 유머 자체에 대해서는 취향에 따라 반응이 다르겠다. '스노우캣이 추천할 만한 책' 이랄까나. 나는 즐겁게 읽었다.

그런데 제목을 '세상이 언제나~'가 아니라 '세상은 언제나~'로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려나.

2005년 8월 17일 수요일

콜린 덱스터, 옥스퍼드 운하 살인 사건 (모스 경감 시리즈 1)

오호라, 재미있었다. as님의 추천을 받아 집어들었는데, 괴팍한 유머 감각이 일품이다.

신석정, 촛불 (범우문고 195)

수필집은 시집이나 소설과 달리 찾기가 쉽지 않다. 얼마 전 열린책들에서 한국 대표 시인 초간본 선집을 냈던데, 수필의 경우 [있을 법도 한데] 이런 시리즈를 본 적이 없다. 한국 대표 단편 전집 - 내가 어렸을 때 본 것은 스무 권인가 서른 권 짜리 세로쓰기 전집이었다 - 의 수필 버전 같은 것도 없다. 처음 부터 단행본이 아니라 잡지나 신문 같은 곳에 주로 실리고, 잡문 혹은 사적 여흥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흩어지는 경우가 태반이요, 글이 제법 남아 있다 해도 '작가' 전집의 일부로 '수필/기행문/서간문' 이런 책 한 권에 들어간다.

그렇다 보니 수필, 특히 30년대에서 70년대 사이의 수필만을 읽고자 하는 사람은 참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일단 원하는 글을 작가 전집 중 한 권만 달랑 사거나, 욕심이 과해 전집을 통채로 사 놓고 몇 년이 지나도록 관심사가 아닌 뒷부분은 래핑도 뜯지 않고 두거나 (ex)근원 김용준 전집의 '조선미술대요'; ), '고등학생을 위한 현대수필' 혹은 '논술에 나오는 우리글' 같은 책을 뒤진다. (ex)요새는 돌베게 출판사에서 나온 '조지훈- 청소년이 읽는 우리 수필 3'을 읽고 있다.) '모던 수필'을 편집한 방민호 님은 서문에서 조선일보 같은 당대 신문이나 '문장' 같은 잡지를 하나 하나 뒤져 좋은 산문을 찾았다 했는데, 보통 독자의 경우 그런 자료에 접근하기도 어렵거니와 그 중에서 좋은 글을 찾아낼 안목도 부족하다. 태학산문선 300번대가 현대 수필이긴 하지만, 아직 두 권 밖에 안 나왔다.

여하튼 나 같은 사람에게 범우문고는 다른 책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산문이 무진장 쌓여 있다는 점에서 가뭄 속의 단비 같은 시리즈다. 해외 소설 쪽은 저작권 문제는 제대로 해결하고 저렇게 쏟아내는 걸까, 신경쓰일 때가 많지만(...) 한국 수필 쪽은 정말이지 사랑스럽다. 게다가 저렴하기까지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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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해 쓰자면 :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로 유명한 시인 신석정의 수필 몇 편을 모은 책. 잘 읽히지 않는 글이 몇 있지만, 무릎을 치게 만드는 이런 구절도 있다.

언제나 황혼은 이 마을 서편에 있는 묵은 산장(山將) 밤나무 숲에서 걸어 나온다. 상소산에서 넌지시 내려온 산줄기가 묵은 산장을 병풍처럼 휙 둘러 황개재라는 작은 재가 되고, 나직한 황개재 너머로 푸른 하늘이 가로 길게 눕고, 그 하늘에 능금빛으로 붉은 저녁놀이 삭은 뒤에야 황혼은 겨우 그 재를 넘어서 밤나무 숲을 거쳐 우리 마을을 찾아오게 된다.

'촛불'의 첫 단락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표현이 가능한 걸까?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며 고쳐 썼을까? 즉흥적인 심상을 그대로 옮겼을까? 아, 너무 훌륭하잖아. ㅠ_ㅠ 글 첫머리를 이렇게 시작할 수 있으려면 대체 글을 얼마나 많이/열심히/잘/꾸준히 써야 하는 걸까?

2005년 8월 12일 금요일

Shanna Swendson, Enchanted, Inc.

ISBN: 0345481259

Katie Chandler는 택사스 시골에서 가족 기업(이라고 부르고 가게라고 읽는다)의 경영을 맡고 있다가, 더 큰 세상을 찾아 뉴욕에 온 20대 중반 아가씨이다. 가족들은 온갖 해괴한 일이 다 일어난다는 뉴욕행을 반대했지만, 마침 셋이 사는 아파트에 방이 하나 비었으니 오라며 대학 시절 친구들이 부르자, 케이티는 큰 결심을 하고 화려하고 커다란 도시로 왔다.

그리하여 도시 생활 일 년. 기업이라기에 민망한 작은 가게를 경영한 케이티의 경험은 세련된 도시에선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케이티의 직속 상사인 Mimi는 쉴새없이 짜증을 내며 케이티를 들들 볶아댄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건 부끄러워서 못 하겠다. 다른 일이 있으면 좋겠지만 새 직장 찾기도 쉽지 않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회사까지 걸어서 출퇴근하고, 도시락을 싸가 혼자 사무실에 앉아 먹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케이티를 더 괴롭게 하는 일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뉴욕에 있는(사는?) 괴상망측한 것들이다. 도시 사람들이 주위에 무관심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어떻게 커다란 날개를 단 사람들이 지나가도 아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걸까? 저쪽 지붕에 앉아 있는 건 틀림없이 가고일인데? 케이티의 눈에는 능글능글 못생긴 아저씨인 사람을 마치 조니 뎁이라도 되는 양 불타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도시 아가씨들의 패션 감각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제 케이티는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로 정신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때, 이메일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다. 처음에는 스팸메일이겠거니 하고 삭제하고,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을 제안하는지도 알 수 없는 모호한 내용이 수상하여 외면했지만, 정말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대며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쏟아붓는 상사와 또 한 판 하고 나니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홧김에 약속을 잡고 스카우트 제의를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케이티에게 접근한 기업은 MSI, Inc. 풀어 쓰자면 Magic, Spells, and Illusions 이다. 여기에서 케이티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a)세상에는 마법이 실존하고, (b) 마법사며 각종 책에나 나오는 생물들도 존재하지만 (c)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법에 의해 '영향을 받을 정도'의 마법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진실을 보지 못하게 하는 마법에 의해 엘프나 가고일, 능글능글한 얼굴 같은 것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법을 실행할 수 있는 동시에 마법에 영향을 받는 존재가 바로 마법사다. 그렇다면 케이티는? 그녀는 바로 마법이 '한 톨도 없어서', 마법을 행할 수도 없고 마법의 영향을 받지도 않는 면역자였다!

면역자들은 마법 스펠을 연구하고 판매하는 MSI같은 기업에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간단한 예를 들어, 만약 거래처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계약서에 써 넣고 잠시 보이지 않는 마법을 건다면, MSI의 마법사들은 모두 마법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그 조항을 보지 못한다. 이럴 때 면역자들이 옆에서 계약서의 내용을 읽어 주면 자기 눈에 보이는 것과 같은지 비교해 볼 수 있다. MSI는 상당히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케이티를 스카우트하고, 케이티는 미미에게 속에 있던 말을 다 하고 한결 후련해진 마음으로 새 직장에서 일을 시작한다.

이리하여 케이티는 마침 위기를 겪고 있는 MSI의 일원으로서 거대한 악의 세력에 맞서(잠깐, 이건 농담) 애쓴다. F&SF의 리뷰를 보고 흥미가 동해 구입했는데, 술술 넘어가는 재미있는 책이어서 단숨에 읽었다.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 사실은 그 평범함 때문에 특별해진다' 는 설정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단, Contemporary Romance로 분류되는 데 비해 로맨스랄 부분은 거의 없다 - 주인공이 소개팅을 몇 번이나 하고, 새로이 만난 이 사람 저 사람을 보며 귀엽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생각밖에 안 한다. -_-; - 지나치게 Contemporary해서 몇 년 뒤엔 잊혀질 듯한 수준/내용인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여름철 잠 안 올때 집어들기에 안성맞춤이다.

2005년 8월 8일 월요일

Neil Gaiman, Sandman 10 : The Wake

마지막권. 이별과 시작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뒤로 D 남매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집 11권이 있다고는 하나, 마지막이라는 느낌이 확 든다. 아주 좋았다.

2005년 8월 7일 일요일

2005년 8월 6일 토요일

Neil Gaiman, Sandman 8 : The World's End

Neil Gaiman, Sandman 6 : Fables and Reflections

단편 모음으로 이루어진 6권. 역시나 하나같이 재미있었고, 'Orpheus'에서, 지금은 사라진 형제 파괴(Destruction)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 특히 흥미로웠다. 칼리오페도 다시 나온다. '꿈(Dream)이 사랑에 빠져 정신없다' 는 얘기가 에피소드 두 편에서 나왔는데, 다음 권에서 다른 식으로 변주가 될 부분인지, 전권의 에피소드를 칭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Parliamnt of Books'에 등장한 아기 버전 죽음과 꿈, 아벨과 카인 모습은 팬 서비스인 듯? 정말 귀여웠다. 마지막 에피소드 Ramadan은 코랄린의 작화 담당 맥킨(McKean)의 그림인 것 같다. 다른 권들과 달리 각 에피소드의 작화 담당을 따로 명시하지 않은 듯 한데, 급히 보느라 놓쳤을 수도 있고......일단 다 읽고 나중에 다시 찾아 봐야지.

빨리 다 읽어버리기 아까웠지만 도저히 멈출 수가 없어, '이러면 안 되는데 orz'라고 생각하며 허겁지겁 읽었다. 지금은 8권을 보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