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23일 월요일

죠반니노 과레스끼,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2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시리즈 2권. 역시 소소하고 따뜻한 에피소드가 죽 이어진다. 1권에서 보았던 에피소드가 한두 편인가 다시 나오던데, 이런 편집상의 실수는 다시 없었으면 싶다. 여러 사람이 고생해서 완역 출간했는데, 오타(많지는 않다)나 에피소드 반복 때문에 책이 부족해 보인다면 만든 사람에게나 읽는 사람에게나 아쉬운 일이니.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따로 꼽기 어려울 만큼 좋았지만, 굳이 써 두자면 훈장 에피소드가 특히 감동적이었다. 전쟁의 생환자들이 갖는 양가적인 감정 - 죄책감과 자부심, 부끄러움과 긍지-을 짧고 간단한 이야기 속에 선명하게 녹여냈다.

2006년 10월 12일 목요일

죠반니노 과레스키,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1

예전 번역본 얘기를 많이들 하던데, 나는 예전 번역본은 잘 모르겠고 - 뭔가 글로 쓰인 이야기로 읽었던 기억만 어렴풋하다. - 어느 천주교 잡지에서 연재된 만화가 기억이 난다. 어렸을 때 (유치원에서 초등학생 정도?) 주치의 선생님의 병원에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천주교 월간지가 잔뜩 있었다. 그 잡지에 매 호마다 국내 작가(추정)가 그린 신부님 시리즈의 만화가 실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만화 얘기는 어디에도 없는 걸 보면 신부가 등장하는 다른 만화 내지는 이 시리즈에 기초한 유사만화였을까 싶기도 하고......

어쨌든 그 만화 몰아서 보는 재미에 군말 않고 병원에 가곤 했다. 병원에 가면 재미있고 따뜻한 이야기를 볼 수 있어서인지, 병원도 따뜻하게 느껴졌었다. 내가 다니던 병원은 주치의 선생님이 옛이야기에 나오는 선량한 의사 같은 분이셨고, 선생님의 어머님이 독실한 천주교 신자셔서 카톨릭 교회 같은 안정감이 있었다. 그러나 옛이야기와 현실은 달라서, 항생제 잘 안 쓰던 선생님은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셨다. - 는 끝이 조금 안타까운 이야기.

시리즈가 완역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여러모로 그 때 생각이 나서 새로 나온 책을 얼른 집어들었다. 이 시리즈는 돈 까밀로라는 덩치 크고 과격하지만 사실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신부와 공산주의자 삐뽀네가 티격태격하며 살아가는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이 짤막짤막하게 이어지는 옴니버스 형태의 소설이다.

정치적 혼란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울하거나 무겁지도, 가볍거나 성급하지도 않은, 말 그대로 '건강한' 유머가 살아 숨쉬는 멋진 책이니 혹시 아직 접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새로 나온 김에 꼭 한 번 읽어 보길 권한다. 예수님과 대화하는 신부가 주인공이지만 종교가 없는 독자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책이라는 점만으로도, 나는 이 책이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2006년 10월 3일 화요일

재스퍼 포드, 제인 에어 납치 사건

나온지 한참 된 책을 이제서야 구해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동안 만난 사람들에게마다 흥분해서 "[제인 에어 납치 사건] 읽어 봤느냐?" 고 물었다. (다 읽어 봤더라.;)

대체역사로도, 현대판타지로도 읽히는 흥미진진한 모험담.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틀림없이 즐겁게 읽을 책이다. 중간부터는 남은 장수가 줄어드는 것이 안타까웠다. [카르데니오 납치사건]도 어서 나오면 좋겠다.

2006년 9월 29일 금요일

오노 후유미, 십이국기 9, 10, 11

십이국기 9, 10 : 황혼의 물가 새벽의 하늘(6부)

십이국기 11 : 화서의 꿈

2006년 8월 10일 목요일

[잡기] 새 책 (7월~)


[뉴욕 3부작 (Mr. Know 세계문학)] 폴 오스터 / 황보석 | 열린책들
[소설 (Mr. Know 세계문학)] 제임스 A. 미치너 / 윤회기 | 열린책들
[테하누 (어스시 4)] 어슐러 K. 르 귄 / 이지연, 최준영 | 황금가지


[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 읽기] 정민 | 푸른역사

[4주간의 국어여행] 남영신 | 성안당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안정효 | 모멘토
[현대소설작법] 김용성 | 문학과지성사
[띄어쓰기 편람] 이승구, 최용기 | 대한교과서주식회사


[이중나선 (궁리하는 과학 1)] 제임스 D. 왓슨 / 최돈찬 | 궁리
[사이먼 싱의 빅뱅 (갈릴레오 총서 11)] 사이먼 싱 / 곽영직 | 영림카디널
[옥스퍼드 세계 영화사 (보급판)] 제프리 노웰 스미스 / 이순호 외 | 열린책들


[A Mango-shaped Space] Wendy Mass | Little Brown & Co.
[The Schwa Was Here] Neal Shusterman | Penguin Young Readers Group
[Blind Sighted] Peter Moore | Penguin Group
[Stoner & Spaz] Ron Koertge | Candlewick Press

2006년 7월 17일 월요일

Catherine Asaro, Alpha

이제 겨우 7월 초인데, 하반기 최악의 도서 후보에 오를 책이 한 권 나왔다. --; 심지어 아직 출간도 안 된 책이다. [Sunrise Alley]의 후속작으로, [SA]에서 조연이었던 베테랑 파일럿 겸 전쟁영웅 웰링턴 장군과 AI '알파'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Alpha]를 Baen에서 프리뷰를 위해 전권 공개한 문서로 보았는데(Baen사에서는 가끔 홍보를 위해 시리즈의 1권이나 신간을 전체 공개하는 경우가 있다.)

......슬펐다.

Catherine Asaro가 이렇게 망가지는구나. 그나마 [Sunrise Alley]는 일단 여자 주인공이 매력적이라 감정 이입이 쉬웠고, 액션도 많았으며, AI와 EI의 인간다움에 대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문제를 제기하여 글의 무게감을 적당히 맞췄다. 결코 수작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시간을 때우기에 괜찮은 - 즉 사고 후회하지 않을 정도의 - 범작은 되었다.

[Alpha]는 전작에서 악당의 뒤를 따라다니던 안드로이드 알파(저 표지의 여자임)가 EI로 '진화'하여 웰링턴 장군을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일단 일흔이 넘었지만 나노테크 덕분에 섹시한(본문의 표현 그대로 인용)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장군님이 아스피린을 제때 못 먹어서 심장 발작을 일으킨다든지, 그래서 며칠이나 늘어져 있다가 알파와 섹스할 때가 되자 불현듯 '다 나은 것 같아~'(역시 본문의 표현 인용)라고 정신을 차린다든지, 나름대로 대단히 진지하게 '국익을 위해서'(역시 본문의..후략) 로 시작하는 유치한 논리를 대며 일장 연설을 한다든지......하는 내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자 정말로 괴로웠다. 사지 않았으니 끝까지 성의있게 읽기라도 해야 예의라는 생각으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훑어넘기긴 했으나, 솔직히 에필로그를 읽고 난 감상은 이랬다.

"당신, 지난 대선에서 부시 찍었지. -_-"

2006년 7월 12일 수요일

Wendy Mass, A Mango-Shaped Space

미아 윈첼(Mia Winchell)은 부모님, 언니, 남동생, 사랑하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주워온 고양이 망고(Mango)와 함께 살고 있는 열세 살 여학생이다. 온갖 미신에 심취해 있는 남동생이나 매주 새로운 색으로 머리를 염색하는 언니에 비하면 미아는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 미아에게는 아무에게도 말 못한 비밀이 있다. 미아는 소리, 숫자, 글자에서 색깔을 본다.

2006년 7월 9일 일요일

Kathe Koja, Talk

지난 5월에 낭기열라가 출간한 [앰 아이 블루?]를 읽고, 나는 그 책의 역자가 부럽다고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던 사람으로서, 부러워 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6월부터 동성애나 장애를 주제로 한 청소년 도서의 목록을 뽑아 읽고 있는데, 캐스 코자(Kathe Koja)의 2005년 작 [Talk] 는 그 중 '건졌다!'는 생각이 든 첫 책이다.

[Talk]의 주인공 키트 웹스터(Kit Webster)는 학교 연극에서 주연을 맡으며 처음으로 연기을 하게 되고, 초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멋진 연기로 (특히) 공동 주연인 학교의 여왕님 린지 월쉬(Lindsay Walsh)의 관심을 끈다. 그러나 '연극은 처음' 이라는 키트는 사실 평생 연극을 해 온 것이나 다름 없었다. - '평범한 이성애자 사립고등학생 키트 웹스터'로.

내가 남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던 때를 기억하고 있다. 늘 다르다고 느끼긴 했지만, 알다시피, 어릴 때는 세상을 단순하게 보기 마련이다. 위는 위고 아래는 아래고 나는 남자애들을 좋아하지, 그래서 뭐? 차이를, 내가 뭔가 다르다는 것을 보고 느끼기 시작한 것은 나중이였다.

그리고 오학년 때, 카버 선생님의 수업을 같이 듣던 여자아이 두 명이 나더러 게이라고 했다. 카버 선생님은 그 아이들에게 굉장히 화를 내며 게이는 나쁜 말, 끔찍한 말이라고 했다. 그 때, 마치 번개를 맞은 듯한 깨달음이 찾아왔고, 나는 깨달았다. 세상에, 사람들이 바로 같은 사람더러 게이라고 하는 거야? 다른 남자아이들을 보고 나처럼 느끼는 사람을? 그게 바로 그런 뜻이었어?

나쁘고 끔찍한 말.

키트가 사실은 작년에 학교 축제에서 왕 자리에 뽑혔던 커밍아웃한 동성애자 파블로(Pablo)를 남몰래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가장 친한 친구 카르멘 뿐이다. 커밍아웃이 어려운 것은 가족이 받아들이지 않을까봐가 아니다. 물론 그 걱정도 있지만, 키트는 이미 열여덟 살이나 되었고, 무료변론을 하는 변호사 아버지나, 진보적인 학교가 아니라는 이유로 키트의 사립고등학교 입학을 반대했던 어머니가 정말로 자신을 내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미 눈치채고, 자신이 직접 말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지 않나 의심한다.) 그보다 근본적인 두려움은 '다름' 자체에 대한 것이다.

(전략) 마치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사람들이 들어찬 강당에서 우리 시선이 만나고, 바이올린 선율이 다라랑 울리고, 우리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저무는 해를 바라보고......물론 나도 그런 일이 일어나길 바란다. 물론 나도 - 하지만 그저 그가 나의 존재를 알아채거나 나를 좋아하게 하면 되는 일이 아니다. 게이는 방과 같다. 그리고 모든 것 - 내가 누구를 사랑하는지, 내가 누구인지, 세상, 섹스, 그 모든 일들 - 이 그 방 안에 들어 있다. 다음 사건이 있으려면 우선 방의 문을 열고 걸어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카르마는 그게 쉽다고 생각한다. 그냥 해. 커밍아웃 하면 되잖아. 하지만 카르마는, 심지어 카르마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카르마가 내게 보여줬던 '열 명 중에 한 명' 실험에서 보듯이. 메릴랜드의 무슨 학교인지 GSA - 게이-스트레이트 연합모임 - 어딘지에서, 밤새 모든 열 번째 물건에 '십 퍼센트' 라는 작은 스티커를 붙였단다. 사물함, 책상, 화장실 칸, 카페테리아의 식판 등 손이 닿는 물건에는 모조리 다, 열 명 중에 한 명은 게이라는 뜻으로 그랬다지? 카르마는 이 일에 대해 읽더니 흥분해서 이봐, 우리도 하자! 라고 나섰다. 카르마는 우리가 많은 일을 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건 그녀의 일이 아니잖아? 내 일이지.

연극 연습이 열기를 띨 수록, 린지는 다른 남학생들과 달리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키트에게 매력을 느끼고 ('I'm interested in his uninterest in me.'), 카르멘은 파블로가 속한 밴드 공연에 가면서도 그에게 인사 한 번 못 건네는 키트더러 '평생 머리맡에 붙인 포스터만 볼 거냐'고 다그친다. 설상가상으로, 테러리스트(린지)와 그를 심문하는 고문관(키트)의 대화를 다룬 [Talk]가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는 학부모회의 항의로 연극 공연 자체가 미궁에 빠지고 만다. 연극 포스터에 쓰인 '키트 ♡ 나'라는 낙서도, 사소하다면 사소하지만 키트에게는 신경 쓰이는 일이다.

캐스 코자는 키트와 린지라는 극단적이랄만치 다른 두 사람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연극에 몰두하는 동안 현실의 문제를 잊어 보려고 하는 키트와, 재능 있으며 그만큼 자존심 강하고 자기중심적인 린지라는 상반된 화자의 서술을 통해, 키트가 가진 고민은 현실성을 더해간다. 성격은 재수 없지만 연기력 하나만은 줄충한 린지는, 키트의 상대역이자, 키트가 상대해야 하는 세상의 현실적인 모습이다. 챕터 사이사이에 들어간 연극 [Talk]의 대본은 피할 수 없을 만큼 커져가는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키트는 연극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잊어버리지도 다른 사람이 되지도 못한다. 현실은 연극 무대 위에서나 밖에서나 존재하고, 어떤 고민들은 외면한다고 해서 작아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이 되는 대신 자기 자신이 될 기회를 얻고, 독자는 그 기회를 통해 긴 인생의 '다음'을 보며, 조금은 안도하고 조금은 안타까워하게 된다.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들 한다. 하지만 개인이 백 번 이백 번 마음가짐을 새로이 한들, 세상이 바뀌지 않으면 도저히 가질 수 없는 행복과 평안도 있다. 책은 과연 그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앰 아이 블루?]가 고전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것을 보면, 결국 그런 기대도 한낱 환상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2006년 7월 7일 금요일

오노 후유미, 십이국기 6~8


십이국기 6,7 : 바람의 만리 여명의 하늘 (4부)
십이국기 8 : 도남의 날개 (5부)

2006년 7월 1일 토요일

제프리 디버 (편),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2


담배 파는 여자
7월 4일의 야유회
우리 시대의 삶
치의 마녀
예비 심문
인터폴: 현대판 메두사 사건
불타는 종말
시적인 정의
붉은 흙
베니의 구역

2006년 6월 30일 금요일

잽 테르 하르, 괜찮아,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야

축구를 좋아하는 열세 살 소년 베어는 공을 잡으러 가다가 그만 교통사고를 당해 시력을 잃고 만다. 갑자기 깜깜해진 세상에서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님을 깨닫는 주인공의 이야기.

국내 작가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넣었는데, 책과 잘 어울리는 멋진 그림이 많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단, 번역자가 높임말을 써서 번역한 점은 조금 미묘. 번역자 나름대로 국내 시장에서 설정한 대상 독자층이라든가 일러스트레이션과의 조화, 원문의 분위기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경어로 옮겼겠지만, 일단 읽으면서는 나라면 평어를 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어느 쪽이든 장단이 있는 문제라......

얼마 전 10대 중후반(~성인)을 대상으로 한 단편집을 맡은 적이 있는데, 그 책을 번역할 때도 낮춤말과 높임말 사이에서 굉장히 고민했었다. 직관적으로 낮춤말이 맞다는 생각이 드는 글도 있으나 어느 쪽이든 나름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글도 있어, 애매한 소설은 일단 두 가지 방법으로 옮겨 본 다음에 더 원문과 유사하다 싶은 쪽을 골랐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번역'을 특집 기획으로 다룬 '창비어린이' 올해 봄호에 아동서 및 청소년도서에서의 관습적인 높임말 사용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가 실려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꼭 한번 읽어보시압.)

경어든 평어든 간에 책은 추천할 만 하다. 베어가 축구팀 친구들과 자신 사이의 '다름'을 인식하는 장면과, 장애인을 둔 가족에 대한 주위의 '상처가 되는 무지'를 얘기한 9장이 특히 인상깊었다. '다름'이 '같음'으로 돌아설 수 없음을 현실적으로 이야기하는 결말도 아주 좋았다. 길지 않은 책이니 부담 없이 집어들어 보길 권한다.

덧) 책 뒷표지에 사소한 스포일러가 있다. 미리니름이 싫은 사람은 뒷표지를 보지 말 것!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 우리들 (Mr. know 세계문학)

열린책들에서 Mr.Know 세계문학이라는 페이퍼백 시리즈로 '우리들' 을 재간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줄곧 내용이 궁금했으나 책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 지금껏 못 봤던 터라 재간 소식을 듣고 굉장히 기뻤다. 열린책들 책은 늘 예쁘지만, 특히 Mr.Know 시리즈는 이미 하드커버로 갖고 있는 책도 페이퍼백으로 바꾸고 싶어질 만큼 잘 만들어져 보고만 있어도 흐뭇해진다.

'우리들'은 모든 사람들이 유리벽으로 나뉜 방에 사는 29세기를 그리는 디스토피아 미래소설이다. 1984와 멋진신세계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는데, 시작부터 마지막까지(특히 마지막에서) 그 부분이 명확히 보여, 1984에 깊은 감명을 받았던 독자로서 감회가 새로웠다.

2006년 5월 30일 화요일

David Gerrold, Worlds of Wonder: How to Write Science Fiction and Fantasy

데이비드 제롤드의 소설작법 책. 철저히 판타지/SF에 초점을 두고 구체적이고 실용적으로 쓰여진 책이다. 꽤 전부터 틈날 때 조금씩 읽다가, 주말에 앓아 누운 김에 마저 보았다.

챕터 하나하나가 짧고 간명하여 읽는 맛이 있었다. 그 자신도 간결하고 속도감 있는 글을 쓰는 작가 답게, 스타일에 신경쓰지 말고 분명하고 이해하기 쉽게 쓸 것을 헤밍웨이를 예로 들며 거듭 강조하고 있다.

기억해 둘 만한 것 몇 가지:

1. '외계인 창조하기' 챕터-외계인을 만들(?)때는 지구에 있는 생물을 따르라는 Cohen박사의 말을 인용한 부분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다. 물론 일종의 은유로서 전혀 새로운 외계인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SF에서 중요한 것은 '신빙성'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구에 없으면서 생물학적 및 화학적으로 타당하고 독자가 '믿을 수 있는' 외계인을 완전히 새로이 창조하려면 상당한 배경 지식을 필요로 한다.

2. 한 문단마다 이야기를 전진시키는 문장이 최소한 하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말도 신경써 둘 만 했다.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이야기에 쓸모가 없으면 과감하게 빼란다.

3. 보통 글을 쓸 때는 몇 가지 사건을 염두에 두게 된다. 인덱스 카드에 마음 속에 생각한 장면 하나 하나를 한 문장 정도로 간단한게 쓴다. 예를 들어 "커크 함장이 장군과 말다툼을 한다.", "스코티가 셔틀에서 사고를 당한다." 처럼 각 카드마다 생각나는 대로 죽 써 놓고, 탁자 위에 카드를 사건 순서대로 배열해 본다. 그런 다음 각 카드 사이가 매끄럽게 넘어가는지, 어떤 순서가 효과적인지 보고, 필요 없을 듯한 카드는 빼고, 가운데가 빈 듯 한 부분에는 새로운 사건을 추가한다. 컴퓨터로 생각나는 사건을 쓰는 개요 방식도 많이들 쓰지만, 제롤드는 물리적인 '시각'으로 글의 페이스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 작업을 해 볼 것을 권하고 있다.

4. 글에는 2.5개의 스토리라인이 들어가야 한다. 2가지의 메인 사건과 그 밑을 흐르는 0.5 짜리 서브라인.

5. 글 안에 들어가서 써라. 자신이 생각한 특정 아이디어나 미래 기술 따위에 집착하면 글의 초점이 흐려진다. 예를 들어, 우리는 '문은 나무로 된 두께 7cm정도의 판자로, 회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다. 그는 금색 도료로 코팅이 된 금속 재질의 원형 손잡이를 오른쪽으로 돌려 잠금을 푼 다음 문을 안으로 밀었다.'고 쓰지 않고, '그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고 쓴다. 생각한 시대와 기술이 어느 정도의 설명을 필요로 하는지 고민하고, 가능하면 '설명'을 하지 말고 '보여' 줘라.


그 외 이런 저런 기억해 둘 만한 부분이 적잖게 있었지만, 중반부터는 긴장감이 떨어지는 챕터도 여럿 있었다. 특히 뭔가 실제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섹스신'과 '러브신' 챕터는 그냥 자기 소설만 잔뜩 인용해 놨더라. 무척 실망했지만, 이런 책에서 꼼수를 얻어 보려고 한 나도 좀......그러고 보니 예전에 '꼼수퇴치법'이라는 책을 사서 각종 꼼수를 열심히 외워 쓰다가 실력자에게 간파당하고 크게 반성한 적이 있었지.......


전체목차: http://www.amazon.com/gp/sitbv3/reader/ref=sib_dp_bod_toc/002-8154936-4685662?%5Fencoding=UTF8&pageID=S003&asin=1582970076

2006년 5월 27일 토요일

Patrick Nielsen Hayden, New Skies


SF를 처음 읽고자 하는 독자에게 소개할 책을 고르기란 어렵다. 너무 옛날 책을 고르려니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요즘 나오는 좋은 책들이 눈에 걸리고, 그렇다고 아주 새로운 작품을 권하려다 보면 '장르'에 대한 '입문자'의 기존 관념에 반하는 지나친 새로움이 오히려 장벽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게 된다. 두루 말해 SF지만 우주활극(Space Opera)과 대체역사(Alternative History) 사이, 그렉 이건(Greg Egan)과 어슐러 K. 르귄(Ursula K. LeGuin)사이에는 적지않은 간극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이런 독자들에게 권할 만한 좋은 책이 원서이나마 몇 권 나와 있으니, 오리지널 앤솔로지 'Starlight'로 세계환상문학상을 수상한 Patrick Nielsen Hayden이 2003년에 낸 리프린트 앤솔로지, 'New Skies'(Tor)도 그 중 한 권이다.

PNH의 'Starlight'는 안이한 리프린트 앤솔로지가 범람하던 SF/Fantasy 문단에 수준높은 신작과 신인을 소개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세 권 짜리 시리즈로,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Ted Chiang의 '지옥은 신의 부재'를 비롯, 수록작 대부분이 휴고 상이나 네뷸러 상 후보에 올랐을 뿐 아니라, 최근 '조나단 스트레인지와 마법사 노렐(Jonathan Strange & Mr. Norrell)'로 화려하게 이름을 알린 Susanna Clarke나 국내에는 아직 소개된 적이 없으나 좋은 작품으로 꾸준히 주목받고 있는 Greg van Eekhout 의 데뷔 무대가 되기도 했던 책이다.

Starlight 시리즈로 단번에 장르 기획의 총아(?)로 부상한 PNH의 후속 작업이 바로 청소년을 겨냥한 New Skies / New Magics 단편선 기획이었다. New Skies는 '현대 과학소설 단편선(an anthology of today's Science Fiction)'이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 현대 과학소설의 전반적인 구성 내지는 분위기를 보여주는 딘편 열 여덟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로 이 책은 대단히 '현대적'인데, 실린 단편들의 출판 시기가 80년대부터 21세기까지 다양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여러 시기의 출간작을 섞어 단편선을 만드는 경우, 편집자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실린 작품 사이에서 시대의 격차가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특히 격변기였던 6,70년대 전후 작품이 함께 있는 경우 두드러지는데, PNH는 80년대 이후 작품을 고르고, 그 중에서도 '현대적인 감성'을 가진 단편을 잘 뽑아냈다. 명실상부 '오늘날의 SF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느낌.

Nancy Kress, Jane Yolen, Robert Charles Wilson, Phillip K. Dick 처럼 두 번 소개할 필요가 없는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 2/3 정도, 이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Maureen F. McHugh, Greg van Eekhout 등의 작품이 1/3 정도이고, 서브장르로 보아도 Geoffrey A. Landis의 하드SF, Terry Bisson의 풍자물, Steven Gould의 모험물 등 전혀 다른 색깔의 작품들이 용케 잘 어우러져 있다. 청소년 독자에게 SF를 소개하려는 의도도 담고 있다 보니 전반적인 어른도(?)가 높지 않아 대학살이나 강간장면을 보고 기겁할 우려도 없다.

기본적으로는 진입 독자에게 추천하기 좋은 책이지만, 지금껏 SF단편을 적잖게 읽은 독자라도 PNH의 명성을 믿고 집어들어 볼 만 하다. 나 역시 이 책에서 Steven Gould 같은 YA SF쪽 작가를 새로이 만났고, 너무 유명하다 보니 오히려 읽을 기회가 없었던 Connie Willis나 Spider Robinson의 80년대 단편을 마침내(?) 접하는 기쁨을 맛봤다. PNH는 작품이나 작가의 기존 명성보다 자신의 판단을 더 신뢰하는 [듯한 책을 내는] 편집자 중 하나라, 그의 단편선에는 신선하면서도 훌륭한 선택에 놀라는 즐거움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물론 내 Best SF no. 1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Nancy Kress의 'Out of all them bright stars' 이고, 도조와 걸작선에서 먼저 읽었던 RCW의 'The Last Goodbye'나 Greg van Eekhout의 'Will You Be an Astronaut?'도 좋았다. 아니, 곰곰 생각해 보니 이 단편선에선 정말 빼놓을 작품이 없구나. 국내에선 랜디스의 '태양 위를 걷다'와 비슨의 '걔들 몸은 고깃덩어리래'가 번역되어 온라인에 올라온 적이 있으니, 궁금한 분은 혹 아직 있나 한 번 찾아 보시길.

YA인 덕에 각 작품의 길이가 짧은 편이고(가장 긴 것도 스무 페이지 남짓에 불과하다.) HC의 경우 글씨가 크고 자간이 비교적 넓어, 원서에 익숙치 않은 독자에게 권하기에도 좋다. MMPB의 가격이 6.99달러이니 환율이 많이 낮아진 요즈음 같은 때 한 권 사 두면 당장이 아니더라도 꼭 한 번 보게 될 책. 따로 소개하지 않은 New Magics는 이 책의 판타지 짝꿍이다.

New Skies / New Magics는 개인적으로 '직접 국내에 번역 출간하고 싶은 책' 목록의 상위에 두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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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PNH의 성은 Nielsen Hayden, 하이픈 없는 두 자리 성이다. Neilsen이 미들네임이 아니므로 알파벳 순으로 쓸 때는 N에 들어간다. 역시 SF 작가/편집자인 Teressa Neilsen Hayden과 결혼하면서 두 사람 성을 합쳐 새 성을 만들었다는데, 덕분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서점에서 자기들 책을 보면 H 가 아니라 N 자리에 꽂아 달라고 따로 공지를 올려뒀더라.

2006년 5월 14일 일요일

그레고리 매과이어 외, 앰 아이 블루?

동성애를 소재로 한 청소년 대상 단편집. 가볍고 밝으면서도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 어느 학교에나 한 권쯤 있어 마땅할 책이다. 역자가 후기에서 언급한 이중의 마이너리티는 나 역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누가 했든 나왔다는 것 자체에 의의가 있는 책이지만, 어쨌든 이 책의 역자가 부러웠다. 저자 중에 친숙한 사람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으니......좋은 책을 찾아서 국내에 적극적으로 소개할 수 있게 더욱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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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12일 금요일

Mike Carlin, Star Trek TNG : Beginnings

1988년에 나온 Star Trek : The Next Generation 시리즈의 첫 번째 코믹스 여섯 편을 01년에 그래픽 노블 크기로 새로 묶어 낸 책. 정가를 주고 꽤 어렵게 구했는데, 시시해서 실망스러웠다. 재작년인가에 샀다가 너무 재미 없어서 대충 꽂아 뒀던 것을 기억난 김에 해치운다는 심정으로 마저 읽었다.

이 책을 보면 그후 십수 년 사이에 얼마나 스타트렉의 '감성'이 바뀌었는지가 한 눈에 보인다. 01년에 나온 David Brin이 스토리를 맡았던 만화 ' Forgiveness' 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확연해진다. 이 책의 특징은

1) 등장인물들의 사이가 나쁘다.
2) 남자는 모두 역삼각형이고 여자는 모두 가슴이 크다.
3) 함장님이 툭 하면 '명령이니 따르라!'고 소리를 지른다.

......크흑.

2006년 4월 16일 일요일

콘노 오유키, 마리아님이 보고계셔 15 : 레디, GO!

15권이 나왔다. 체육대회!

유미는 전편에서 유미의 마음을 괴롭게 했던 카나코 양(하도 마음에 안 드는 캐릭터라 이 사람에 대해서는 전혀 쓰지도 않았는데, 사실은 14권에서 꽤 인상적인 이런 일 저런 말을 했었다. 앞으로도 계속 출몰할 예정인 듯.)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체육대회에서 각자 소속 팀이 더 좋은 성적을 받으면 서로의 소원을 하나씩 들어주자고 제안한다. 직접 등장하진 않았지만 에리코 님의 이야기가 잠깐 나오고, 유미네 부모님과 사치코 양, 사치코 양의 부모님과 유미가 서로 만난다. 시마코의 아버지도 깜짝 등장. 이런 저런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뿐, 특별히 큰 사건은 없다. 그냥 공 굴리기니 공 넣기니 물건 찾기니 하는 체육대회 경기 얘기.

그런데 번역 제목이 '레디, 고!' 도 아니고 'Ready, Go!' 도 아닌 '레디, Go인 이유는 대체.......아마 원제도 '레디'부분만 일본어인 모양이지만......(중얼중얼)

2006년 4월 14일 금요일

활자 중독 20문 20답

다음 20개 상황에서 "예"라는 대답이 4개 이하이면 당신은 책이나 활자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당신이 이 블로그에 오게 된 것은 우연 또는 사고였을 것이다. 5-12개 나오면 당신은 정상이다. 안심하고 지금까지 살아온대로 살아 가면 된다. 13개 이상 나오면 당신은 활자중독증이다. 그런 분들은 필히 이 게시판에 족적을 남겨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16개 이상 나오면 당신은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중증이다.


제이의 답 읽기

2006년 4월 13일 목요일

Ed Brubaker, Greg Rucka, Batman: Bruce Wayne - Murderer?

예전에 여러 권 사 둔 베트맨 그래픽 노블 중 하나. 문득 생각나서 찾아 읽었다.

언제나 침침한 우리의 영웅 배트맨은, 오늘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옛 애인이자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인 베스퍼(Vesper Fairchild)가 뭐 하고 있나 살짝 확인한 다음, 이런 저런 범죄자를 두드려 잡고 지하 아지트에서 뉴스를 통해 자기가 놓친 범죄를 보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자기 집 홀 한가운데에서, 피웅덩이에 잠겨 있는 베스퍼의 시신을 발견한다.

브루스 웨인은 죽어가던 베스퍼의 신고를 받고 온 경찰에 의해 그 자리에서 살인 혐의로 체포된다. 공식적인 보디가드이자 비공식적인 동지인 샤샤도 공범으로 체포되는데, 배트맨 일(?)을 하느라 밖에 있었다는 것을 말할 수 없으니 이 두 사람에게는 알리바이도 그 시간에 다른 곳에 있었음을 증명해줄 증인도 없다. 고담시는 물론이고 전 미국이 '억만장자가 자기 집에서 옛 애인을 강간하려다(어느새!) 등 뒤에 총알을 네 방이나 때려박아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에 열광한다.

배트맨의 친구들은 즉시 모여들어 이 터무니없는 사건을 해결하고자 노력하지만, 당사자인 브루스 웨인은 가타부타 말도 없이 무조건 묵묵부답이다. 설상가상으로, 권총 등 총기류를 극단적으로 혐오하는 -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렇게 된다 - 브루스가 회사를 통하지 않고 살짝 권총을 샀던 사실이 밝혀진다. CCTV에 총을 슬금 사 가는 웨인의 모습이 확실히 찍혀 있으니 아니랄 수도 없다. 범죄에 사용되었던 그 총은 웨인 저택 근처 강가에서 발견된다.

일이 이렇게 되자, 동료들 중 '원래 좀 위험한 데가 있었던 배트맨이 혹시 이번에 드디어 선을 넘는 일을 저지른 게 아닌가' 걱정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브루스 웨인의 양아들인 딕 그레이슨은 자신의 아버지를 의심한다는 사실 자체에 크게 분노하고, 엄격한 배트맨을 어려워하던 로빈은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알프레드는 아무도 모르게, 배트맨이 지시한 대로 비밀 아지트를 마련한다.

그러는 사이, 며칠 얌전히 갇혀 있는 듯 하던 배트맨은 무력감과 자괴감, 그리고 분노를 이기지 못해 탈옥(!)을 감행, 동료들이 아웅다웅 하고 있는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온다. 오라클이 일행을 대표해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달라고 요구하자, 그는 "브루스 웨인이 내 가면이었고, 이제 이 가면은 쓰기 어렵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배트맨으로서 살겠다." 며 길을 막는 양아들까지 뿌리치고 배트카를 타고 훌러덩 떠나 버린다. (끝)

.......으악, 다음 권은 없는데!

2006년 3월 19일 일요일

콘노 오유키, 마리아님이 보고계셔 14 : 가을바람 솔솔

하나데라 학원 축제 편. 유미를 비롯한 산백합회 일동이 개성만점 하나데라 학생회 임원들과 만난다. 별 일 없을 거라던 축제에서 유미는 뜻밖의 봉변을 당하는데......

하나데라 학생들이 귀여웠고, 유미가 조금씩, 확실히 자라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즐거웠다. 우정 출연(?)한 전 로사 기간테아, 사토 세이도 반가웠다.

2006년 3월 12일 일요일

남무성, Jazz It Up! 1 - 만화로 보는 재즈역사 100년

재즈애호가인 저자가 연주자와 사조 중심으로 재즈 역사를 소개한 만화다. 지금까지 재즈가 어떤 음악을 말하는지 전혀 몰랐는데도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름만 주워 들어 알고 있던 연주자들에 대해 개괄적으로나마 알고 나니, 재즈라는 장르에 대해 흥미가 생긴다.

예전에 주인공이 52번가로 가서 금관악기 연주자로 추정되는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여행 SF를 읽으며 어리둥절한 적이 있었는데, 그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이 바로 대표적인 재즈 연주자들이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뒤늦게 알았다. 그 때 알았다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당시에는 읽는 내내 '주인공은 대체 왜 이 사람들을 만나며 계속 흥분하는 거지? 그렇게 유명한 사람들인가?'라고 생각했었다.

한 가지 정말 아쉬운 부분은 교정 상태. 아마추어인 저자가 만화로 그렸다 해도, 식자과정에서 철자 정도는 편집자와 출판사가 바로잡을 수 있었을 터이고, 그랬어야 마땅한 일 아닌가? '그랬데.', '나름데로', '섹소폰' 같은 맞춤법상의 실수가 많아 몹시 거슬렸다.

2006년 1월 28일 토요일

David Gerrold, Star Trek TNG : Encounter at Farpoint

데이비드 제롤드가 쓴, 스타트렉 TNG 첫 번째 에피소드의 소설판이다. 오랜만에 에피소드를 복습하던 중에 문득 글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픽션와이즈에서 구입해서 읽었다. 본편에 매우 충실한데도 새로운 재미가 있어(ex 옛 애인을 회상하는 피카드 함장님이라든가.....) 즐거웠다. 내친 김에 데이비드 제롤드의 스페이스 오페라 'The Voyage of the Star Wolf'를 주문했다.

2006년 1월 22일 일요일

김종완 엮음, 다시 읽는 우리 수필

역시 박완서는 굉장하다. 너무 굉장해서 쉬 읽기 어려운 작가 중 하나. 유병석은 이번 기회에 발견한 작가. 더 찾아 읽어 볼 만 하다.

각 작가에 대한 평론은, 이해에 꽤 도움이 되긴 했으나 군더더기가 많고 장황했다.

2006년 1월 14일 토요일

황인숙, 육체는 슬퍼라

시인 황인숙의 산문집. 00년에 나온 책이지만, 그 십 년쯤 전에 잠깐 출간되었다가 곧 묻힌 것을 다시 정리했다니 실제로는 80년대 중후반 글들이다. 무겁고 개인적이었고, '산문' 보다는 시에 가까운 글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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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대해서도 강해질 수 있다면 나는 훌륭한 시인이 될 자신이 있다. 나는 아주아주 오래 살 테니까. 내게 시간이 많을 테니까. 하지만 늙는 건 죽음보다 지독하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늙음에 대한 공포가 길항하며 서로를 끈덕지가 끌고 나간다.
무서운 일이다.
늙지 않으려면 죽어야 하고 죽지 않으려면 늙어야 하다니.
('그녀가 어떻게 보이고 싶었을까')

공기는 잔뜩 습기를 머금은 채 문질러진 풀냄새 같은 것을 풍기고 있었고
('조반니의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