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17일 월요일

Catherine Asaro, Alpha

이제 겨우 7월 초인데, 하반기 최악의 도서 후보에 오를 책이 한 권 나왔다. --; 심지어 아직 출간도 안 된 책이다. [Sunrise Alley]의 후속작으로, [SA]에서 조연이었던 베테랑 파일럿 겸 전쟁영웅 웰링턴 장군과 AI '알파'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Alpha]를 Baen에서 프리뷰를 위해 전권 공개한 문서로 보았는데(Baen사에서는 가끔 홍보를 위해 시리즈의 1권이나 신간을 전체 공개하는 경우가 있다.)

......슬펐다.

Catherine Asaro가 이렇게 망가지는구나. 그나마 [Sunrise Alley]는 일단 여자 주인공이 매력적이라 감정 이입이 쉬웠고, 액션도 많았으며, AI와 EI의 인간다움에 대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문제를 제기하여 글의 무게감을 적당히 맞췄다. 결코 수작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시간을 때우기에 괜찮은 - 즉 사고 후회하지 않을 정도의 - 범작은 되었다.

[Alpha]는 전작에서 악당의 뒤를 따라다니던 안드로이드 알파(저 표지의 여자임)가 EI로 '진화'하여 웰링턴 장군을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일단 일흔이 넘었지만 나노테크 덕분에 섹시한(본문의 표현 그대로 인용)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장군님이 아스피린을 제때 못 먹어서 심장 발작을 일으킨다든지, 그래서 며칠이나 늘어져 있다가 알파와 섹스할 때가 되자 불현듯 '다 나은 것 같아~'(역시 본문의 표현 인용)라고 정신을 차린다든지, 나름대로 대단히 진지하게 '국익을 위해서'(역시 본문의..후략) 로 시작하는 유치한 논리를 대며 일장 연설을 한다든지......하는 내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자 정말로 괴로웠다. 사지 않았으니 끝까지 성의있게 읽기라도 해야 예의라는 생각으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훑어넘기긴 했으나, 솔직히 에필로그를 읽고 난 감상은 이랬다.

"당신, 지난 대선에서 부시 찍었지. -_-"

2006년 7월 12일 수요일

Wendy Mass, A Mango-Shaped Space

미아 윈첼(Mia Winchell)은 부모님, 언니, 남동생, 사랑하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주워온 고양이 망고(Mango)와 함께 살고 있는 열세 살 여학생이다. 온갖 미신에 심취해 있는 남동생이나 매주 새로운 색으로 머리를 염색하는 언니에 비하면 미아는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 미아에게는 아무에게도 말 못한 비밀이 있다. 미아는 소리, 숫자, 글자에서 색깔을 본다.

2006년 7월 9일 일요일

Kathe Koja, Talk

지난 5월에 낭기열라가 출간한 [앰 아이 블루?]를 읽고, 나는 그 책의 역자가 부럽다고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던 사람으로서, 부러워 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6월부터 동성애나 장애를 주제로 한 청소년 도서의 목록을 뽑아 읽고 있는데, 캐스 코자(Kathe Koja)의 2005년 작 [Talk] 는 그 중 '건졌다!'는 생각이 든 첫 책이다.

[Talk]의 주인공 키트 웹스터(Kit Webster)는 학교 연극에서 주연을 맡으며 처음으로 연기을 하게 되고, 초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멋진 연기로 (특히) 공동 주연인 학교의 여왕님 린지 월쉬(Lindsay Walsh)의 관심을 끈다. 그러나 '연극은 처음' 이라는 키트는 사실 평생 연극을 해 온 것이나 다름 없었다. - '평범한 이성애자 사립고등학생 키트 웹스터'로.

내가 남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던 때를 기억하고 있다. 늘 다르다고 느끼긴 했지만, 알다시피, 어릴 때는 세상을 단순하게 보기 마련이다. 위는 위고 아래는 아래고 나는 남자애들을 좋아하지, 그래서 뭐? 차이를, 내가 뭔가 다르다는 것을 보고 느끼기 시작한 것은 나중이였다.

그리고 오학년 때, 카버 선생님의 수업을 같이 듣던 여자아이 두 명이 나더러 게이라고 했다. 카버 선생님은 그 아이들에게 굉장히 화를 내며 게이는 나쁜 말, 끔찍한 말이라고 했다. 그 때, 마치 번개를 맞은 듯한 깨달음이 찾아왔고, 나는 깨달았다. 세상에, 사람들이 바로 같은 사람더러 게이라고 하는 거야? 다른 남자아이들을 보고 나처럼 느끼는 사람을? 그게 바로 그런 뜻이었어?

나쁘고 끔찍한 말.

키트가 사실은 작년에 학교 축제에서 왕 자리에 뽑혔던 커밍아웃한 동성애자 파블로(Pablo)를 남몰래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가장 친한 친구 카르멘 뿐이다. 커밍아웃이 어려운 것은 가족이 받아들이지 않을까봐가 아니다. 물론 그 걱정도 있지만, 키트는 이미 열여덟 살이나 되었고, 무료변론을 하는 변호사 아버지나, 진보적인 학교가 아니라는 이유로 키트의 사립고등학교 입학을 반대했던 어머니가 정말로 자신을 내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미 눈치채고, 자신이 직접 말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지 않나 의심한다.) 그보다 근본적인 두려움은 '다름' 자체에 대한 것이다.

(전략) 마치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사람들이 들어찬 강당에서 우리 시선이 만나고, 바이올린 선율이 다라랑 울리고, 우리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저무는 해를 바라보고......물론 나도 그런 일이 일어나길 바란다. 물론 나도 - 하지만 그저 그가 나의 존재를 알아채거나 나를 좋아하게 하면 되는 일이 아니다. 게이는 방과 같다. 그리고 모든 것 - 내가 누구를 사랑하는지, 내가 누구인지, 세상, 섹스, 그 모든 일들 - 이 그 방 안에 들어 있다. 다음 사건이 있으려면 우선 방의 문을 열고 걸어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카르마는 그게 쉽다고 생각한다. 그냥 해. 커밍아웃 하면 되잖아. 하지만 카르마는, 심지어 카르마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카르마가 내게 보여줬던 '열 명 중에 한 명' 실험에서 보듯이. 메릴랜드의 무슨 학교인지 GSA - 게이-스트레이트 연합모임 - 어딘지에서, 밤새 모든 열 번째 물건에 '십 퍼센트' 라는 작은 스티커를 붙였단다. 사물함, 책상, 화장실 칸, 카페테리아의 식판 등 손이 닿는 물건에는 모조리 다, 열 명 중에 한 명은 게이라는 뜻으로 그랬다지? 카르마는 이 일에 대해 읽더니 흥분해서 이봐, 우리도 하자! 라고 나섰다. 카르마는 우리가 많은 일을 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건 그녀의 일이 아니잖아? 내 일이지.

연극 연습이 열기를 띨 수록, 린지는 다른 남학생들과 달리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키트에게 매력을 느끼고 ('I'm interested in his uninterest in me.'), 카르멘은 파블로가 속한 밴드 공연에 가면서도 그에게 인사 한 번 못 건네는 키트더러 '평생 머리맡에 붙인 포스터만 볼 거냐'고 다그친다. 설상가상으로, 테러리스트(린지)와 그를 심문하는 고문관(키트)의 대화를 다룬 [Talk]가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는 학부모회의 항의로 연극 공연 자체가 미궁에 빠지고 만다. 연극 포스터에 쓰인 '키트 ♡ 나'라는 낙서도, 사소하다면 사소하지만 키트에게는 신경 쓰이는 일이다.

캐스 코자는 키트와 린지라는 극단적이랄만치 다른 두 사람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연극에 몰두하는 동안 현실의 문제를 잊어 보려고 하는 키트와, 재능 있으며 그만큼 자존심 강하고 자기중심적인 린지라는 상반된 화자의 서술을 통해, 키트가 가진 고민은 현실성을 더해간다. 성격은 재수 없지만 연기력 하나만은 줄충한 린지는, 키트의 상대역이자, 키트가 상대해야 하는 세상의 현실적인 모습이다. 챕터 사이사이에 들어간 연극 [Talk]의 대본은 피할 수 없을 만큼 커져가는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키트는 연극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잊어버리지도 다른 사람이 되지도 못한다. 현실은 연극 무대 위에서나 밖에서나 존재하고, 어떤 고민들은 외면한다고 해서 작아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이 되는 대신 자기 자신이 될 기회를 얻고, 독자는 그 기회를 통해 긴 인생의 '다음'을 보며, 조금은 안도하고 조금은 안타까워하게 된다.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들 한다. 하지만 개인이 백 번 이백 번 마음가짐을 새로이 한들, 세상이 바뀌지 않으면 도저히 가질 수 없는 행복과 평안도 있다. 책은 과연 그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앰 아이 블루?]가 고전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것을 보면, 결국 그런 기대도 한낱 환상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2006년 7월 7일 금요일

오노 후유미, 십이국기 6~8


십이국기 6,7 : 바람의 만리 여명의 하늘 (4부)
십이국기 8 : 도남의 날개 (5부)

2006년 7월 1일 토요일

제프리 디버 (편),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2


담배 파는 여자
7월 4일의 야유회
우리 시대의 삶
치의 마녀
예비 심문
인터폴: 현대판 메두사 사건
불타는 종말
시적인 정의
붉은 흙
베니의 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