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22일 수요일

Catherine Asaro, The Final Key: Part Two of Tri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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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관성으로 읽고 있는 스페이스오페라소프트포르노로맨스판타지 캐서린 아사로(Catherine Asaro)의 스콜리안 엠파이어 시리즈 신간으로, 베를린에 있을 때 독일 아마존에서 주문해 읽었다. 아직 보지 않은 [Triad]의 첫째 권이 서울 집에 있었지만, 그 책을 제외한 시리즈는 모두 읽었으니 앞 권을 보지 않아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예상대로 책 앞부분에서 1권의 전개를 상당히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아직 어린 주인공 소즈(Soz)는 보수적인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들어간 사관학교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그러나 복잡한 국제정세는 고도의 초능력자이자 루비 제국의 핏줄을 이어받은 소즈를 평범한 예비군인으로 내버려 두지 않는다. 여자처자해서 소즈는 가족과 마침내 화해하고, 간신히 유지되던  스콜리안 제국의  Diad는 Triad가 된다. 그리고 스콜리안 제국은 에우비안과의 전쟁에 돌입한다.

스콜리안 엠파이어 시리즈의 첫 권인 [Primary Inversion]을 비롯한 모든 책들보다 앞 시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10대 소녀인 소즈는 프리머리 인버젼에서 엄청 나이가 많았다. 물론 아사로의 여주인공 답게 여전히 신체건강하며 에우비안의 황태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아직 읽지 않은 앞 권 [Schism]은 반신반의하며 샀었는데, 이 책은 뜻밖에 상당히 재미있었다. 스타트렉 시리즈가 순간이동이 없는 [엔터프라이즈]의 실패로 막을 내렸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시리즈물에서 '그 전에 일어났던 이야기'를 잘 하기란 꽤 어렵다. 특히 이 경우, 스콜리안 엠파이어 시리즈를 읽은 독자라면 이미 소즈가

1) 이 책에서 호감을 느끼는 상대가 아닌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2) 결혼하고 3) 그 남자가 죽고 4) 두 번째 결혼에서는 이혼하고 5) 세 번째 결혼에서는 전쟁을 일으키고 6) 그 결혼을 통해 아이를 네 명 낳고 7) 그 중 아들이 에우비안 제국의 다음 대 황제가 된다

는 다음 이야기를 (여러 전투신/러브신/섹스신을 곁들여)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 책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예상과 달리 소즈의 러브스토리가 약했고, 그 외의 면에서는 지극히 예상가능하게 흘러갔기 때문이다. 사실 두 초능력자가 유지하던 Diad가 Triad가 된다는 것이 제목에서부터 나와 있으니, 반전이 있을 여지도 없다. 등장인물들이 초능력자간의 복잡한 네트워킹이 생명을 위협할까봐 아무리 걱정해도, 독자는 이미 다른 초능력자가 Diad에 개입해도 나머지 두 사람이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사로는 '뻔한 이야기'의 틀 안에서 혈기왕성한 10대 소녀가 자신의 가족은 물론 전 우주의 인류를 책임져야 할지 모를 인간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 집중함으로써, 독자의 시선을 붙드는 데 성공했다.

다 읽고 나서 '낚였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하향세를 그리던 시리즈의 긴장감이 다시 높아졌다는 점은 좋았다. 이 정도로만 계속 써 줘도 로라 K. 해밀턴 같은 꼴은 안 보일 테니 독자 입장에서는 안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