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14일 금요일

도착 : 2004년 5월 14일


Garth Nix, Sabriel -> 헉, 뜻밖에 10인치. 너무 크다.;

Michael Swanwick, Michael Swanwick's Field Guide to Mesozoic Megafauna -> 서른 두 페이지짜리가 9달러라니......크흑.

Catherine Asaro (Editor), Irresistible Forces -> 종이가 꾸리.

Ellen Datlow (Editor), Terri Windling (Editor), Swan Sister: Fairy Tales Retold -> 만족.

권교정, 어색해도 괜찮아 1~5 -> 드디어 구입!

2004년 5월 13일 목요일

Barbara Bell, Minimus Pupil's Book : Starting Out in Latin

ISBN: 0521659604, ISBN: 0521755468


미니무스는 브리타니아에 살아요. 작은(mini) 쥐(mus)라서 미니무스죠. 어째서 라틴어를 쓰는데 영국에 사냐고요? 이천 년 전 영국은 로마 제국의 지배하에 있는 섬이었거든요. 히드리아누스 황제님은 섬 한가운데에 하드리아누스 성벽(Hadrian's Wall)을 짓고, 로마 병사들을 보내 성벽을 지키게 했어요. 성벽 북쪽에는 우리 황제님이 쫒아낸 야만인들이 살아요. 우리집도 그래서 여기까지 왔죠.

우리집에는 집주인인 아저씨, 아줌마, 누나, 그리고 말썽꾸러기 막내 루푸스가 살아요. 물론 노예아저씨들도 있지요. 저랑 고양이 비브리사는 사실 얹혀 사는 거에요. 그래도 저는 작으니까 여기저기 갈 수 있어서 꽤 쓸모가 있어요. 만약 제가 작은 쥐가 아니라면 여러분이 우리집같은 로마인 가정을 속속들이 구경할 수도 없었을 걸요. 게다가 전 똑똑해서 현대 영어까지 할 줄 한다고요. 루푸스가 무슨 사고를 쳤는지 궁금하세요? 우리집 사람들이랑 얘기해보고 싶어요? 제 설명만 잘 들으면 다 할 수 있어요.


에에, 키케로니 카이사르니 하는 어마어마한 아저씨들 글이 읽고 싶은데 언제 저랑 노냐고요? 그게 아니죠! 여러분 시대에야 라틴어는 그냥 책에 쓰인 죽은 언어겠지만, 제게 라틴어는 생활어에요. 그걸 잊어버리면 키케로도 카이사르도 재미가 없어요. 물론 저와 공부한다고 어려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지는 않아요. 커다란 문법표나 두툼한 사전으로 공부해야겠죠.


하지만 문법책이 어려워서 라틴어가 싫어지려고 할 때, 아직 라틴어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지만 어떤 말인지 한 번 들여다 보고 싶을 때, 라틴어를 얼마나 기억하고 있나 슬쩍 확인해 보고 싶을 때, 귀여운 쥐를 만나 실감나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땐 저를 찾아오세요. 우리집에 놀러왔던 제이라는 무지무지 멋진 누나가 그랬어요. 누나는 옥스포드라는 데서 나온 라틴어 책을 여섯 달이나 공부했는데도, 저와 같이 클라우디아네 생일파티에 갈 때까지 라틴어로 '생일 축하해!'라는 말을 할 줄 몰랐다고요. 그런 거, 심심하잖아요.

좀 더 어려운 내용을 함께 공부하고 싶은 분을 위해 Minimus Teacher's Resourse Book도 나와 있어요. 그런데 이 책은 엄청 비싸요. ($70) 제가 워낙 인기있다 보니, 얼마 전엔 'Minimus Secundus Pupil's Book : Moving on in Latin'라는 2권도 나왔어요. 제이누나는 아직 2권에는 놀러 못 와서 제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모른대요. 다음에 제이누나랑 만나고 나서 또 여러분이랑 인사할게요. 안녕안녕~

2004년 5월 12일 수요일

Robert Charles Wilson, Darwinia

ISBN: 0812566629


1913년의 어느 날 밤, 유럽이 정체불명의 정글로 바뀌어 버린다. 그 땅에 원래 있던 것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인류 역사는 우리가 아는 이 세계와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새로운 유럽을 '다위니아'라 부르며 기적이라 여긴다. 그렇지만 하루아침에 나타난 이 낯설고 위험한 땅에도 그 나름의 역사를 증명하는 화석이 있고, 수없이 많은 생물이 살며 번식을 계속한다.
도대체 다위니아는 무엇일까? 그보다도, 왜 나타났을까?

다위니아가 처음 나타났을 때 10대 소년이었던 길포드(Guilford)는 아내와 아이를 남겨두고 사진사로 다위니아 탐사대에 참가한다. 숲이 깊어질수록 불안하게 흔들리는 사람들.

앞 부분은 묵직하고 침침한 포스트 홀로코스트 모험이야기 같으나 중반부터 방향을 바꾸며 아주 달라진다. 저자(Robert Charles Wilson)가 다위니아 이후 작품인 The Chronoliths에서 보여준 삶에 대한 깊이있는 시각과 Bios에 나타난 낯선 생명과 자연에 대한 생생한 묘사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예상하기 힘들면서도 어색하지 않은, 감동적인 결말을 기대해도 좋은 작품. Tor에서 출간한 페이퍼백을 쉽게 구할 수 있다.

2004년 5월 11일 화요일

Audrey Niffenegger, The Time Treveler's Wife

ISBN: 1931561648


헨리 디 템블(Henry De Tamble)은 시간여행자다. 하지만 그에게는 허리에 차는 시간여행 벨트도, 우주선처럼 시간선을 따라 슈웅 하고 날아가는 타임머신도 없다. 대신 그가 가진 것은 시도 때도 없이 그를 과거나 미래로 보내버리는 염색체 이상(Chrono-Displacement Disorder)이다. 언제 어디로 갑자기 사라질지는 본인도 모른다. 그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때나 기억에 깊이 남은 중요한 곳에 좀 더 자주 간다는 것만 경험으로 알고 있을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꽤나 골치아픈데, 이에 더해 시간여행을 할 때는 몸만 움직인다. 자기도 모르는 시대에 벌거벗은 채로 뚝 하고 떨어지게 된다는 말이다. 이쯤 되면 아무리 흥미진진한 시간여행이라도 사양하고 싶어진다.

클레어 애브샤이어(Clare Abshire)는 예술가다. 아트스쿨을 졸업하고 집에서 종이작품을 만든다. 어렸을 때는 넓은 집 뒷동산에 올라가 혼자 소풍놀이나 숙제를 하곤 했다. 그러다 여섯 살에, 벌거벗고 바위 뒤에 숨어 있는 서른 여섯 살 아저씨를 처음 만난다.

헨리는 사서다. 도서관에서 일한다. 가끔 이상한 시간에 떨어지는 바람에 신발(이게 항상 가장 문제다!)과 옷을 훔쳐 바바리맨 몰골로 쫒겨다니느라 일을 제대로 못 하거나, 동료들로부터 혹시 변X가 아닌가 하는 말못할 의심을 받는 점을 제외하면 그럭저럭 맡은 일 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ㅡ 헨리는 자신의 시간여행이 생물학적 원인에서 비롯된 줄을 모른다 ㅡ 성격은 엉망이다. 미래도 없고 아버지와 사이는 나쁘고 툭하면 두번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교통사고 현장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다 스물 여덟 살에, 띵한 머리를 감싸쥐고 출근한 도서관에서 스무 살 아가씨를 처음 만난다.

자아, 이쯤 되면 제목에 나온 Time Treveler와 Wife가 누구인지는 자명한 일. 이 커플의 연애와 결혼은 시간여행에 맞선 싸움이다. 클레어는 하염없이 기다리고 헨리는 매번 집에 돌아오기 위해 발버둥친다. 때로는 우습고ㅡ결혼식의 스트레스로 헨리가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해 보라!ㅡ,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가슴저미게 감동적인 이 두 사람의 삶을 하나로 당겨 엮는 것은 사랑이다.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는 사랑을 통해 우리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그래. 언제 어디에 있든, 결국 우리가 삶을 움켜쥐게 하는 것은 사랑,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던가.

2004년 5월 10일 월요일

Nancy Kress, Beaker's Dozen

ISBN: 031286843X


이왕 낸시 크레스(Nancy Kress)로 시작했으니, 열 세 편이 담긴 단편집 Beaker's Dozen에 대해 좀 더 써 보자.

이 단편집의 첫머리를 여는 중편 Beggars in Spain은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 수상한 명작으로, 이후 장편 삼부작(Beggar Triology)으로 다시 쓰여지기도 했으나 원작 중편 쪽이 훨씬 강렬하고 군더더기 없어 장편보다 중편 쪽을 추천한다.

열 세 편을 모두 소개하면 스포일러 덩어리가 될 것 같으니 대충 생략. 금기된 유전자 조작을 통해 훌륭한 발레리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안 소녀의 고민을 어머니와 딸 사이의 갈등이라는 전통적인 소재와 절묘하게 결합한 가슴저미는 중편 Dancing on Air, 외계인과 지구인 탐사대 사이의 관계를 통해 '낯섬'을 넘어서는 '인간다움'을 탐색하는 네뷸러 수상작 Flowers of Aulit Prison, 자매갈등과 출산문제를 다룬 Margin of Error, 사랑하는 타인을 이해하고 그와 완전히 결합하고픈 욕망을 추리소설처럼 풀어 휴고상 후보에 올랐던 Fault Lines등은 이 단편집을 사지 않더라도 꼭 읽어보길 권한다. 판타지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답게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비튼 Summer Wind나 에덴동산 이야기 Unto the Daughters도 눈여겨 볼 만 하다.

대부분의 작품이 도조와나 하트웰의 Year's Best 시리즈에 실린 적이 있고, e-book판매 사이트 fictionwise.com에 가면 일 달러 내외의 가격으로 한 편씩 따로 살 수도 있어 구하기도 쉬운 편이다.

2004년 5월 9일 일요일

James Morrow

'There are no atheists in foxholes' isn't an argument against atheism- it's an argument against foxholes.

- in 'Towing Jehovah'


[##_1L|XMdaN9gxfC.jpg|width=200 height=142| 사진출처: Strange Horizons_##]
* 종교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한 날카로운 풍자 판타지/과학소설을 주로 발표하는 미국 작가. 1947-
* 공식 홈페이지
* 저서 목록

Nancy Kress, Out of All Them Bright Stars



지금까지 읽은 과학소설이래야 한 줌 남짓하지만, 그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꼽으라면 한참이나 망설이게 된다. 마이클 스완윅, 루시우스 셰퍼드, 로버트 찰스 윌슨처럼 한참 활동중인 중진, 토니 다니엘 같은 가능성 있는 신인, 절정기의 토머스 디쉬나 시어도어 스터전, 아서 클라크. 고만고만하게 기억에 남는 '좋은' 작가들 중에 딱히 한 사람만 짚어내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작품,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분명히 말할 수 있으니, 낸시 크레스(Nancy Kress)의 단편 'Out of All Them Bright Stars'(1985 네뷸러 단편부문 수상작)가 바로 그것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고속도로변에 있는 작은 음식점에 외계인이 잠시 들러 가는 것이 이야기의 전부로, 길이도 겨우 대엇장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짧은 글에서 낸시 크레스는 '최초의 접촉(First contact)'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 앞에서 평범한 사람이 경험하는 희미하고 작은, 하지만 지극히 인간적인 깨달음을 놀랍도록 깊이있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런 세심한 감수성은 낸시 크레스표 중단편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강점이다. 어떤 상황, 어떤 시대, 어떤 공간에서나 그의 등장 인물은 살아 움직인다. 장르의 틀을 넘어 현실에 단단히 뿌리박고 서서 독자와 함께 숨쉰다.

최근 황금가지와 시공사의 SF걸작선을 통해 두 편이 번역 출간되었지만(특허권의 침해, 구세주) 낸시 크레스의 진수를 맛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Out of All Them Bright Stars가 실린 단편집 'Trinity and Other Stories'은 이제 구할 수 없지만, 그만큼이나 훌륭한 작품이 다수 실린 'Beaker's Dozen'은 아직 온라인으로 쉽게 살 수 있다.

'이런 글을 읽을 기회를 얻어 정말 다행이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던 몇 안 되는 소설 중 하나라 새 게시판 첫글로 소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