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읽은 과학소설이래야 한 줌 남짓하지만, 그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꼽으라면 한참이나 망설이게 된다. 마이클 스완윅, 루시우스 셰퍼드, 로버트 찰스 윌슨처럼 한참 활동중인 중진, 토니 다니엘 같은 가능성 있는 신인, 절정기의 토머스 디쉬나 시어도어 스터전, 아서 클라크. 고만고만하게 기억에 남는 '좋은' 작가들 중에 딱히 한 사람만 짚어내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작품,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분명히 말할 수 있으니, 낸시 크레스(Nancy Kress)의 단편 'Out of All Them Bright Stars'(1985 네뷸러 단편부문 수상작)가 바로 그것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고속도로변에 있는 작은 음식점에 외계인이 잠시 들러 가는 것이 이야기의 전부로, 길이도 겨우 대엇장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짧은 글에서 낸시 크레스는 '최초의 접촉(First contact)'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 앞에서 평범한 사람이 경험하는 희미하고 작은, 하지만 지극히 인간적인 깨달음을 놀랍도록 깊이있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런 세심한 감수성은 낸시 크레스표 중단편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강점이다. 어떤 상황, 어떤 시대, 어떤 공간에서나 그의 등장 인물은 살아 움직인다. 장르의 틀을 넘어 현실에 단단히 뿌리박고 서서 독자와 함께 숨쉰다.
최근 황금가지와 시공사의 SF걸작선을 통해 두 편이 번역 출간되었지만(특허권의 침해, 구세주) 낸시 크레스의 진수를 맛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Out of All Them Bright Stars가 실린 단편집
'Trinity and Other Stories'은 이제 구할 수 없지만, 그만큼이나 훌륭한 작품이 다수 실린
'Beaker's Dozen'은 아직 온라인으로 쉽게 살 수 있다.
'이런 글을 읽을 기회를 얻어 정말 다행이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던 몇 안 되는 소설 중 하나라 새 게시판 첫글로 소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