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10일 월요일

Robert Charles Wilson, A Hidden Place

ISBN: 0765302616

Robert Charles Wilson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절판된 책을 하나 하나 찾아 읽었을 만큼 열중했던 작가이기도 하다. 그러니 소개하기가 어려울 수 밖에! 그래도 때를 완전히 놓쳐 버리기 전에 - 즉 몽땅 절판되기 전에 - 간단히라도 써 보아야겠다.

A Hidden Place는 1986년에 출간된 RCW의 데뷔장편이다. 위 표지는 2002년에 TOR ORB에서 재간한 TPB판으로, 밴텀 스펙트라 초판 표지는 이것. 이 밴텀판 표지에 있는 희끄무레한 여자가 바로 주인공 Travis의 집 - 아니, 정확히는 그의 이모부 집 - 에 머물고 있는 정체불명 하숙인 Anna이다. 힘든 대공황기, 일상은 황량하고 마을은 경제적 어려움이 더 부추긴 보수적인 기운으로 꽉 막혀 있다. 어머니가 죽은 후 부득이 이 낯선 마을로 오게 된 트레비스는 이모부의 공장에서 막일을 하며 밥값을 벌고, 그러는 짬짬이 역시 동네에서 별로 좋은 대접을 못 받는 또래 여자아이 Nancy를 사귀기 시작한다.

낸시는 트레비스에게 연약해 보이는 이방인 안나가 그의 이모부로부터 협박을 당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며 그들이 도와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집에 살아 상황을 모를 리 없는 트레비스 역시 낸시의 말에 끌린다. 그러는 사이, 한편에서는 Bone이라는 역시 정체 불명의 남자가 기차를 타고 노숙을 하며 트레비스가 사는 마을로 서서히 다가오는데......

데뷔작에서 흔히 보이는 단점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 200페이지 남짓한 짧고 깔끔한 책이다. RCW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판타지로도 과학소설로도 볼 수 있는 독특한 작품. 이후작에서 다시 나타나는 RCW의 작품 세계 특유의 테마 - 평행우주, 외계/이계, 우울하게 가라앉은 느낌, 인간적인 갈등 등 - 가 곧잘 눈에 띄는 점도 좋다.(팬이라니까. :)) 다행히 TOR판이 아직 팔리고 있으니, RCW의 책을 처음 읽는 사람이라면 출간 순서대로 읽는 셈 치고 이 책을 제일 먼저 집어들어 보는 것도 괜찮겠다. 1986년 필립 K. 딕 상 최종 후보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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