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쨌든 그 만화 몰아서 보는 재미에 군말 않고 병원에 가곤 했다. 병원에 가면 재미있고 따뜻한 이야기를 볼 수 있어서인지, 병원도 따뜻하게 느껴졌었다. 내가 다니던 병원은 주치의 선생님이 옛이야기에 나오는 선량한 의사 같은 분이셨고, 선생님의 어머님이 독실한 천주교 신자셔서 카톨릭 교회 같은 안정감이 있었다. 그러나 옛이야기와 현실은 달라서, 항생제 잘 안 쓰던 선생님은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셨다. - 는 끝이 조금 안타까운 이야기.
시리즈가 완역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여러모로 그 때 생각이 나서 새로 나온 책을 얼른 집어들었다. 이 시리즈는 돈 까밀로라는 덩치 크고 과격하지만 사실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신부와 공산주의자 삐뽀네가 티격태격하며 살아가는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이 짤막짤막하게 이어지는 옴니버스 형태의 소설이다.
정치적 혼란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울하거나 무겁지도, 가볍거나 성급하지도 않은, 말 그대로 '건강한' 유머가 살아 숨쉬는 멋진 책이니 혹시 아직 접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새로 나온 김에 꼭 한 번 읽어 보길 권한다. 예수님과 대화하는 신부가 주인공이지만 종교가 없는 독자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책이라는 점만으로도, 나는 이 책이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소년'지였어요. 그 잡지 무려 구독했었습니다.(...) 그 분, 잘 그리시다가 ... 신을 의심했다가 벼락맞아 죽는 사람 이야기 한번 그리시는 바람에(...) 짤리셨던가 ... 해서 잠시 연재 중단되고, 그 후에 이원복씨가(무려) 연재하셨지만 이전만큼 재미는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때 제가 그 만화를 워낙 좋아했었기 때문에 연재 중단되었을 때 재개해달라고 편지까지 했었어요)
답글삭제오, 정말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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