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24일 목요일

Patricia A. McKillip, The Riddle-Master of Hed


맥킬립의 리들마스터 3부작 중 첫째 권이다. 읽는 데 한참 걸렸다. 우아하고 운율적인 문체나 전개는 좋았지만,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주인공은 모르곤은 평화로운 농경소국 헤드의 왕자로, '별을 지닌 자'의 운명을 지니고 태어났다. 이 주인공은 운명적이고 우연적인 사건을 겪은 끝에, '높은 이 The High One'을 만나게 된다.

여기까진 좋다. 그런데 문제는, 이 주인공이 정말로 매력 없는 캐릭터라는 점이다.

1. 모르곤의 아버지가 탄 배가 침몰당한다. 모르곤은 징징댄다.
2. 모르곤도 사고를 당해 목소리와 기억을 잃었다가 되찾는다. 모르곤은 농사를 짓겠다고 징징댄다.
3. 모르곤이 여차저차해서 이런 저런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여차저차 곳에 도착한다. 모르곤은 집에 가겠다고 징징댄다.
4. 모르곤은 목숨을 잃을 위기를 여러 번 넘긴다. 물론 이 촌동네 왕자는 그 때마다 집에 가겠다고 징징댄다.
5. 결국 모르곤은 먼 북쪽까지 갔다. 운명 따위 싫다고 계속 징징대면서.

이렇게 해서 1권이 끝난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뭘 어쩌라고! -_-'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다 못해 주인공이 수염 난 총각이 아니라 여자였다면 그나마 이입하기 쉬웠을 텐데 싶기도 하다. 아예 재미가 없으면 잊고 말겠지만, 어떻게 끝날지도 궁금하고, 중간중간 (주인공이 안 나올 때면) 흥미진진한 부분도 많으니......

댓글 4개:

  1. 헉...미국 판타지계의 다빈치코드급 비밀--맥킬립은 소설은 잘 써도 캐릭터가 *꽝*이다--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공개하다니!!



    p.s. 맥킬립보다는 비슷한 계열의 엘리자베스 A. 린, 린보다는 에이젠스틴! 이라는 것이 지론입니다. 린 빌려준다고 했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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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실 지난번에 보신 '...Eld'가 맥킬립 소설 중에 최고로 꼽히는 작품이라... 핫핫. Basilisk나 Tower가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뭐, 리들마스터 보고 나서도 더 읽을 생각이 나신다면. 아참, 몇만년만에 샌드맨 돌아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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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오오, 샌드맨이 드디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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