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20일 수요일

김선욱, 정치와 진리(책세상문고 우리시대 39)

제목과 목차에서 연상되는 바와 달리, 한나 아렌트의 정치 사상을 중점적으로 다룬 책이다. 한나 아렌트 전공자의 소논문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책의 주제는 한 마디로 '정치는 진리가 아니다'는 것이다. 플라톤 이래로 이어진 정치철학의 선입견 - '옳은 것'을 행하는 것이 곧 정치라는 철인왕의 환상 - 을 반박하고, 진리의 준거가 성립하는 '사회적인 영역(공적 영역에서 사적 문제를 다룸)'과, 인간의 복수성(다름)에 기반하는 '정치적인 영역(공적 영역에서 공적 문제를 다룸)'을 구분하여, 제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인간들의 복수성을 인정할 때 민주주의가 성립한다고 역설한다.

아렌트의 사상을 간략하게 정리한 점은 [책을 살 때 기대한 바는 아니었으나]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사회 영역에 대한 설명에는 미진한 바가 눈에 띈다. 사적 영역의 사적 문제에서 공적 영역으로 전환된 대표적인 예로 경제를 들고 이에 따라 논의를 전개하는데, 아렌트에 대한 하버마스의 반박을 적은 지면에서 급하게 재반박하려다 보니 무리했다는 느낌이다. 특히 책 말미의 경제 어쩌고는 좀 생뚱하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