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14일 토요일

황인숙, 육체는 슬퍼라

시인 황인숙의 산문집. 00년에 나온 책이지만, 그 십 년쯤 전에 잠깐 출간되었다가 곧 묻힌 것을 다시 정리했다니 실제로는 80년대 중후반 글들이다. 무겁고 개인적이었고, '산문' 보다는 시에 가까운 글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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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대해서도 강해질 수 있다면 나는 훌륭한 시인이 될 자신이 있다. 나는 아주아주 오래 살 테니까. 내게 시간이 많을 테니까. 하지만 늙는 건 죽음보다 지독하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늙음에 대한 공포가 길항하며 서로를 끈덕지가 끌고 나간다.
무서운 일이다.
늙지 않으려면 죽어야 하고 죽지 않으려면 늙어야 하다니.
('그녀가 어떻게 보이고 싶었을까')

공기는 잔뜩 습기를 머금은 채 문질러진 풀냄새 같은 것을 풍기고 있었고
('조반니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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