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24일 일요일

조희룡, 매화 삼매경

ISBN 8976268377

태학산문선 108 번, 호산외기의 저자이자 추사의 제자인 조희룡이 쓴 짦은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호산외기의 조희룡이 서화가 조희룡인줄 이제야 알았다. 서화와 글이 크게 나뉘지 않았던 당시 문화계를 생각해 보면 동시대의 동명이인일 가능성보다 동일인일 가능성이 훨씬 높은데도, 지금까지 이 둘을 연결지어 생각해 보지 못했다.

책은 꽤 즐겁게 읽었다. 19세기를 산 여항인으로서 '호산외기'같은 저서를 보아서나, 추사와 관련되었던 점을 보아서나 자신의 처지에 대한 고민이 없지 않았을 텐데 여기 모인 단문들에는 그늘이 거의 없어 읽기 편했다. 매화 그림에 대한 글, 지인들에 대한 글, 호산외기의 일부 등이 고루 실려 있다.

정민 교수와 안대회 교수가 기획한 태학산문선 문고본은 상당히 매력적인 시리즈다. 처음 이 시리즈를 발견했을 때는 번호가 100번 대인 것을 보고 '아니, 이렇게 좋은 책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100권도 넘게 나왔단 말야? 읽을 거리 떨어질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 하고 무척 좋아했으나, 사 놓고 보니 101번부터 한국 고전, 201번부터 동양고전, 301번부터 한국 산문, 401번부터는 동양 산문....식으로 나가는 기획이라 다 합해 봐야 십수 권 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데, 마치 제일 먹고 싶을 때 먹으려고 찬장에 숨겨둔 초콜릿을 다른 사람이 먼저 먹어버린 양 서운했다. 나는 기쁨에 눈이 멀어, 인터넷 서점 검색 결과에 이 산문선이 몇 권 밖에 안 나왔을 때에도 '나머지는 절판되어 도서관에 있는가보다.'라고 생각했단 말이다.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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