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23일 금요일

정남식 외, 소리 소문 없이 그것은 왔다 (문학과지성사가 주목하는 젊은 시인들)

문학과지성사의 문예계간지 '문학과 사회'를 통해 등단한 시인들의 시를 네 편씩 실었다. 전체 저자 목록을 실린 순서대로 쓰면 : 정남식, 박인택, 차창룡, 이윤학, 함성호, 박형준, 김태동, 강정, 이원, 김소연, 연왕모, 윤의섭, 성기완, 임후성, 서정학, 이철성, 김점용, 이찬, 배신호, 우종녀, 이기성, 김중, 진은영.

현대시는 어렵다는 편견을 확대재생산하기에 딱 좋은 시집이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이찬의 '할머니'연작, 그 중에서도 '할머니의 젖무덤'이었고, 박인택('아파트'), 윤의섭('물의 默示'), 김소연('온도'), 서정학('세일러 문'), 이철성('소리 소문 없이 그것은 왔다'), 배신호 시인의 작품도 좋았다. 확실히 나와 코드가 맞지 않는 시인은 정남식, 우종녀, 성기완, 김점용, 강정 정도.

초독시엔 읽으면서 괴로울 만큼 어려웠지만, 처음 볼 때와 두 번 볼 때의 느낌이 달랐고, 베껴 써 보니 더욱 달랐다.

그녀를 태우고 나는 고기리 저수지로 달려갔다
저녁 햇살 수놓인 물비늘마다
해 뜨고 저물어간 날짜가 새겨져 있었다

(윤의섭, '물의 묵시')

이웃 찾아가듯 바다 앞에 나서면
사람들 사이에 꼬물꼬물 기어다니는 좀벌레 같은 마음은
더욱 작은 피라미 되어 풀쩍 바다로 뿔뿔이 헤엄쳐간다

(정남식, '바다')

이런, '나보고 쓰라면 절대 못 쓸', 기억해 둘 만한 구절이 제법 있었다. 감탄하며 여러 번 읽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