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10일 수요일

책 읽기 좋아하는 당신을 위해

1. 책상에 늘 꽂아두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 없다. 사실 헌책방에서도 안 사 주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2002년판 행정학 객관식 문제집 따위가 꽂혀 있긴 하지만, 읽기 때문이 아니니 질문의 의도에 따르자면 없다는 답이 맞을 듯.

2. 어쨌든 서점에서 눈에 뜨이면 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종류의 책들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 사이언스 올제(Scientific American), Astronomy 같은 과학잡지, 국내에 다시 수입되지 않을 법한 영미 과학소설/판타지.

3.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 올해 뭘 읽었더라. (...)

4. 인생에서 가장 먼저 '이 책이 마음에 든다'고 느꼈던 때가 언제인가? 그리고 그 책은 무엇이었는가?
: 중학생 때,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수십 번도 더 읽었다.

5.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책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책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 칼 세이건, '창백한 푸른 점'
서점에서 우연히 보고 한눈에 반해 꼬박 석 달치 용돈을 모아 샀었다. 당시에는 (당연히) 이과에 진학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교양과학서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터라 마냥 경이롭고 마냥 좋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책을 읽을 다음부터 객체인 자연물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에 직접 관련된 일을 해 보는 것도 멋지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참, 잘 아는 것에 대해서일수록 쉽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것도 절감했고.

6. 단 한 권의 책으로 1년을 버텨야 한다면 어떤 책을 고르겠는가?
: 표준국어대사전. (반칙?)

7. 책이 나오는 족족 다 사들일 만큼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가?
: Nancy Kress, Jeffrey Ford, Robert Charles Wilson 정도? (살아 있는 사람만 세어서.)

8. 언젠가는 꼭 읽고 싶은데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 칸트, 순수이성비판.
좀 거창한 계획을 들자면, 한문학을 공부해서 박지원의 글을 원문으로 읽고 싶다.

9. 헌책방 사냥을 즐기는가, 아니면 새 책 특유의 반들반들한 질감과 향기를 즐기는 편인가?
: 새 책을 좋아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헌책도 제법 산다. 그러나 그럴 때에도 다른 독자의 손을 타지 않은 출판사 재고본을 찾는다.

10. 시를 읽는가? 시집을 사는가? 어느 시인을 가장 좋아하는가?
: ⓐ가끔 읽지만 사지는 않는다. 현대시는 전혀 읽지 않고, 1940년대부터 70년대 사이의 한국 근대시가 눈에 띄면 훑어보는 정도이다. ⓑ 호오를 따질 만큼 많이 읽어 보질 못했다.

11. 책을 읽기 가장 좋은 때와 장소를 시뮬레이션한다면?
: 사람이 없을 때의 중앙도서관 4서고, 늦은 오후. 한참 책을 읽다 어두워 고개를 들면 저녁이 되어 있곤 했다. 지금은 없어졌다.

12. 혼자 책을 읽으면서 조용히 주말 오후를 보낼 수 있는 까페를 한 군데 추천해 보시라.
: 글쎄......돌이켜 보면 카페에 한가하게 앉아 책을 읽어 본 적이 별로 없다. 그냥 길이나 지하철에서 대충대충 읽는 편이라. 게다가 '주말에 조용한 카페'라니, 설령 아는 곳이 있어도 비밀로 할 법 하잖은가!

13. 책을 읽을 때 음악을 듣는 편인가? 주로 어떤 종류의 음악을 듣는가?
: 전혀 듣지 않는다.

14. 화장실에 책을 가지고 들어가는가? 어떤 책을 갖고 가는가?
: 대개 만화책이나 단편집 -아즈망가 대왕은 화장실에서만 열 번은 족히 본 것 같다- 을 가지고 들어가지만, 읽던 책을 그대로 들고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15. 혼자 밥을 먹으면서 책을 읽는가? 그런 때 고르는 책은 무엇인가?
: 읽는다. 그냥 읽던 책을 계속 본다.

16. 지금 내게는 없지만 언젠가 꼭 손에 넣고 싶은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
: 한길사의 '그레이트북스' 시리즈 전권이나 음악세계의 '작곡가별 명곡해설 라이브러리' 전권이 있으면 좋겠다. 상황이 닿을 때마다 한 권씩 사다 보니 구멍이 숭숭 났다.

17. e-book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e-book이 종이책을 밀어낼 것이라고 보는가?
: 이동성이 좋아 시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실제로 종이책과 비슷한 값을 치르고 e-book을 사는 편이다. 하지만 눈 외의 다른 보조 기구를 필요로 하는 e-book이 종이책을 밀어내기는 어렵지 않을까.

18. 책을 읽는 데 있어서 원칙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 편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과학소설과 판타지를 많이 읽는 편이라, '비문학 주간', '비장르 주간', '만화책 안 읽기 주간' 같은 것을 정해 의도적으로 균형을 맞춘다. 또 영미 원서를 많이 읽었다 싶으면 한글로 쓰인 책을 읽고, 번역서에 치중했다 싶으면 일부러 국내 저자의 책을 집어드는 등 한 쪽으로 쏠리지 않기 위해 꽤 신경쓰는 편이다.
안타깝게도 얼마나 성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숨)

-
여기에서 트랙백.

댓글 6개:

  1. 먼저 다녀가시게 해서 죄송했습니다;_; 늦었지만;; 트랙백 해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_<

    답글삭제
  2. Jeffrey Ford 의 책이 나오는 족족 모두 사신다고요? The Beyond도 가지고 있는지? Memoranda를 읽고 있다가 뒷부분 40여페이지 남겨두고 몇달간 딴책보고 있었는데 어디갔나 못찾겠군요. The Beyond는 한참전부터 절판이고. 궁금해라.

    답글삭제
  3. 류이님/ 트랙백은 [가져간 사람이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본문 펌과 달리] 이쪽에서 확인이 가능하므로, 굳이 오셔서 새삼 답글 다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scifi님/ 있기는 한데, 읽지는 않았습니다. alibris에서 샀죠. 다음에 뵙거든 빌려드릴까요?

    답글삭제
  4. 그래주신다면 좋지요. Memoranda가 어디박혀 있는지 찾아서 마저 읽어야 하는데. 추천해준 Jeffrey Ford의 다른 책들도 사보려고 생각은 하는데 다른책들에게 밀려서 아직.

    답글삭제
  5. 어, 저도 중학교때 데미안 참 여러번 읽었었는데요. 그런데 지금 회상해보려고하니 그 때 어떤 기분으로 읽었었는지 그런 감동이 없네요. -_-;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