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11일 목요일

Leslie What, Olympic Games

ISBN 1892391104

좋은 책을 많이 출간하는 소형 출판사, Tachyon Pub.에서 나온 Leslie What의 첫 장편소설. 그리스 신화 속의 인물들을 현대 뉴욕으로 끌어왔다.

오래 전, 아직 신이 신 대접을 받던 시절, 제우스는 어린 물의 요정 페넬로페를 마법으로 유혹하다 헤라에게 들키고, 급한 마음에 페넬로페를 나무로 바꿔 놓고 아내를 달래러 가 버린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때는 현대 장소는 미국, 불멸의 신들은 비록 잊혀졌으나 힘은 그대로 가진 채 필멸자들 사이에 섞여 살아간다. 페넬로페 나무는 무럭무럭 자란 다음 베어져 어느 부잣집 별장의 앤틱 문짝이 되었다. 제우스는 여전히 여자들 치마폭이나 들춰 보며 지내고, 예언자 오라클은 마음씨 좋은 그리스 식당 주인에게서 밥을 얻어먹으며 구걸을 한다. 헤라는 오랜만에 만나기로 한 남편이 그 새를 못 참고 약속 장소에서 여자와 시시덕거리는 것을 보고 분노 폭발, 대체 뭐라고 속닥거리나 들어나 볼 요량으로 벌레로 변신하여 제우스에게 다가간다. 그런데 아뿔싸, 복잡한 바(bar)에서 벌레로 변신하고 보니 제우스가 있는 곳은 까마득히 멀기만 하고, 벌레가 되어도 여전한 헤라의 매력(설마)에 수컷 벌레들이 마구 꼬인다. 수컷 벌레들에 치여 잠시 정신을 잃었다 깨어났는데......아무래도......임신했어.orz

Leslie What은 남편의 불륜 상대를 머쉬맬로우로 바꿔버리고, 자기를 툭 치고 지나간 남자를 깡통으로 만드는 등 그야말로 '싸가지' 없는 신들의 모습을 재치있게 그려내면서도, 재기발랄한 불멸자 놀이 뒤에는 고통과 외로움을 사랑의 힘으로 이겨 나가려는 필멸자들의 발버둥을 가벼이 다루지 않는다. '와아, 이게 첫 장편이란 말이야?'라고 생각할 만큼, 넘치거나 부족한 점이 거의 없는 깔끔하고 재미있는 소설이다.

댓글 2개:

  1. 오호! 그렇지 않아도 최근 레슬리 왓의 단편을 여러 편 접한 뒤 장편 나왔다는 소식에 귀를 쫑긋거리던 차. 불안감을 상당부분 해소시켜주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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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단편집 The Sweet and Sour Tongue 은 어떨까 궁금하네요. eBook으로 나와있기는 한데 이 사람 단편이 좀 들쑥날쑥한 것 같아서... 그래도 몇몇 단편이라도 맘에 들면 사는 것이 좋을텐데.



    저는 최근 Martha Soukup의 단편집 The Arbitrary Placement of Walls 을 중고로 (별로 싸지도 않구만) 주문, 기다리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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