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30일 화요일

Ellen Datlow, Terri Windling ed., Swan Sister : Fairy Tales Retold

ISBN: 0689846134

전래동화는 중요한 문학 소재이다. 옛 이야기를 정치적으로, 성적으로, 또는 문화적으로 재해석해 나오는 책이 어디 한두 권인가. Year's Best Fantasy and Horror시리즈로 유명한 엘런 대트로우와 테리 윈들링이 엮은 Swan Sisters : Fairy Tales Retold도 그런 점에서는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는 기획이다.

그러나 대트로우와 윈들링의 이 '다시 쓰는 옛날이야기'는 전래동화를 그저 '고쳐 쓴' 글이 아니라, 소재만을 따서 현대 환상 소설로 완전히 새로이 만든 글을 모았다는 점에서 독특한 매력을 지닌다.

각 단편의 뒤에는 짧은 저자 후기(설명) + 너댓 줄 길이의 편집자의 저자 소개 및 설명이 붙었다. 저자의 후기를 읽기 전까지 대체 무슨 소설을 기초로 엮어낸 이야기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글도 있고, 첫눈에 어느 전래동화의 어떤 면에 주목했는지가 보이는 글도 있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로 성에 갇힌 라푼젤에게서 고독에 갇힌 어린 소녀를 읽어낸 The Girl in the Attic (Lois Metzger), 후자의 예로 푸른수염 이야기를 여자아이의 뒤틀린 성장담으로 바꾼 Chambers of the Heart (Nina Kiriki Hoffman)를 들 수 있겠다.

탄탄한 작가진과 편집자가 만난 만큼 모든 작품이 평균 이상의 노련함을 자랑하는 안정적인 단편선이다. 어린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고난-성공'담인 아라비안 나이트 기반 단편 Golden Fur (Midori Snyder)부터 독자의 나이에 따라 감상이 사뭇 다를 빨간모자 소녀 이야기 Lupe (Kathe Koja)까지 개별 작품이 겨냥하는 연령층은 조금씩 다르나, 청소년 뿐 아니라 성인 독자도 재미있게 읽을 만한 책으로 주저없이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게 읽은 글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 소녀의 성장을 담은 섬세한 단편 Awake (Tanith Lee)과 환상문학웹진 '거울'에 번역을 실은 'The Girl in the Attic'. 극찬을 받은 표제작 My Swan Sister는 아름답기는 하나 내 취향에는 너무 작위적이었다.

한 편 한 편이 깔끔하고 짧으며 청소년 독자를 겨냥하고 나온 덕분에 자간이 넓고 편집에 여유가 있으니, 판타지 원서 읽기에 도전하려는 독자에게도 첫 책으로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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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1. 아 Flat Earth 시리즈 다시 읽고 싶어진다. -_- (숨은 태니스 리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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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제 취향인 것 같은데... 원서 읽기 1호로 도전해 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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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shambleau님/ 태니스 리를 좋아하신다니 조금 의외로군요. :)

    아게하님/ 예, 섣부른 말일 지 모르지만, 아게하님께서 평소 쓰시는 글로 미루어 틀림없이 즐겁게 읽으시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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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글을 쓴 적은 별로 없지만... ^^;(제가 뭔 글을..;) 잘 알려진 동화, 민담 등을 재해석한 얘기들을 무척 좋아하므로... :)

    소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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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무슨 소설 같은 게 아니라, 그냥 평소에 쓰시는 글 -댓글, 자게글 같은 - 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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