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26일 토요일

박종채, 나의 아버지 박지원

연암의 차남이자 박규수의 아버지인 박종채가 아버지에 대한 일화를 모아 엮은 '과정록'의 한글 번역본이다. 어지러운 세파에서 몸은 피했지만, 기개는 꺾지 않았던 꼬장꼬장하고 가난한(...) 학자의 면모를 볼 수 있다. (당대에 본인에게나 가족에게나 여러 번 어려움을 겪게 했던 연암의 글이 지금껏 잘 보존된 데에는 박종채의 공이 크다.) 18-19세기 가난한 학자들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재주 있는 이가 스스로 몸을 삼가토록 만들었던 시대의 패악이 절절히 느껴진다.

다른 책에서 읽었던 지우들과의 에피소드, 전각과 관련된 일화 등이 특히 즐거웠고, 당파적으로 노론임을 분명히 했던 점과 관련하여 아들의 입장에서 전한 이야기 역시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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