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12일 금요일

Shanna Swendson, Enchanted, Inc.

ISBN: 0345481259

Katie Chandler는 택사스 시골에서 가족 기업(이라고 부르고 가게라고 읽는다)의 경영을 맡고 있다가, 더 큰 세상을 찾아 뉴욕에 온 20대 중반 아가씨이다. 가족들은 온갖 해괴한 일이 다 일어난다는 뉴욕행을 반대했지만, 마침 셋이 사는 아파트에 방이 하나 비었으니 오라며 대학 시절 친구들이 부르자, 케이티는 큰 결심을 하고 화려하고 커다란 도시로 왔다.

그리하여 도시 생활 일 년. 기업이라기에 민망한 작은 가게를 경영한 케이티의 경험은 세련된 도시에선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케이티의 직속 상사인 Mimi는 쉴새없이 짜증을 내며 케이티를 들들 볶아댄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건 부끄러워서 못 하겠다. 다른 일이 있으면 좋겠지만 새 직장 찾기도 쉽지 않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회사까지 걸어서 출퇴근하고, 도시락을 싸가 혼자 사무실에 앉아 먹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케이티를 더 괴롭게 하는 일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뉴욕에 있는(사는?) 괴상망측한 것들이다. 도시 사람들이 주위에 무관심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어떻게 커다란 날개를 단 사람들이 지나가도 아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걸까? 저쪽 지붕에 앉아 있는 건 틀림없이 가고일인데? 케이티의 눈에는 능글능글 못생긴 아저씨인 사람을 마치 조니 뎁이라도 되는 양 불타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도시 아가씨들의 패션 감각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제 케이티는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로 정신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때, 이메일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다. 처음에는 스팸메일이겠거니 하고 삭제하고,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을 제안하는지도 알 수 없는 모호한 내용이 수상하여 외면했지만, 정말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대며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쏟아붓는 상사와 또 한 판 하고 나니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홧김에 약속을 잡고 스카우트 제의를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케이티에게 접근한 기업은 MSI, Inc. 풀어 쓰자면 Magic, Spells, and Illusions 이다. 여기에서 케이티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a)세상에는 마법이 실존하고, (b) 마법사며 각종 책에나 나오는 생물들도 존재하지만 (c)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법에 의해 '영향을 받을 정도'의 마법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진실을 보지 못하게 하는 마법에 의해 엘프나 가고일, 능글능글한 얼굴 같은 것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법을 실행할 수 있는 동시에 마법에 영향을 받는 존재가 바로 마법사다. 그렇다면 케이티는? 그녀는 바로 마법이 '한 톨도 없어서', 마법을 행할 수도 없고 마법의 영향을 받지도 않는 면역자였다!

면역자들은 마법 스펠을 연구하고 판매하는 MSI같은 기업에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간단한 예를 들어, 만약 거래처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계약서에 써 넣고 잠시 보이지 않는 마법을 건다면, MSI의 마법사들은 모두 마법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그 조항을 보지 못한다. 이럴 때 면역자들이 옆에서 계약서의 내용을 읽어 주면 자기 눈에 보이는 것과 같은지 비교해 볼 수 있다. MSI는 상당히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케이티를 스카우트하고, 케이티는 미미에게 속에 있던 말을 다 하고 한결 후련해진 마음으로 새 직장에서 일을 시작한다.

이리하여 케이티는 마침 위기를 겪고 있는 MSI의 일원으로서 거대한 악의 세력에 맞서(잠깐, 이건 농담) 애쓴다. F&SF의 리뷰를 보고 흥미가 동해 구입했는데, 술술 넘어가는 재미있는 책이어서 단숨에 읽었다.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 사실은 그 평범함 때문에 특별해진다' 는 설정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단, Contemporary Romance로 분류되는 데 비해 로맨스랄 부분은 거의 없다 - 주인공이 소개팅을 몇 번이나 하고, 새로이 만난 이 사람 저 사람을 보며 귀엽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생각밖에 안 한다. -_-; - 지나치게 Contemporary해서 몇 년 뒤엔 잊혀질 듯한 수준/내용인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여름철 잠 안 올때 집어들기에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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