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15일 수요일

Robert Freeman Wexler, In Springdale Town


대단한 스타는 아니지만 유명한 Scifi 드라마의 오렌지색(.....녹색인가?) 외계인 같은 소소한 역할로 제법 밥벌이를 하던 탤런트 Richard Shelling은 어느 날 프로듀서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하던 중에 갑자기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는 파티장에서 나와 서쪽으로 차를 몰다가 안개 낀 도로에서 'Springdale'이라는 표지판을 발견한다. 예전에 'Patrick Travis'라는 이름의 조연으로 출연했던 티비 드라마의 배경 마을이 바로 스프링데일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낸 리처드는 이 낯익은 이름의 낯선 마을에 들어가고, 작고 소박한 전원 마을에 농장이 딸린 집을 구입하여 아예 눌러앉는다.

변호사 Patrick Travis는 이혼 후 처음으로 스프링데일에 돌아온다. 아내의 불륜으로 삼 년만에 박살난 결혼. 그는 거절하기 힘든 결혼식 초대를 받아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전처의 고향이자 결혼생활의 거처였던 작은 마을에 다시 발을 디딘다. 이미 쓴맛을 본 그에게 친구의 결혼식은 별로 축하할 일 같지 않고, 전처를 아는 사람들과의 만남 역시 달갑지 않다. 익숙해서 더 불쾌한 마을에서 한시라도 빨리 빠져나가고 싶어하던 패트릭은 막상 기차역에 들어서자 도망치는 것 같은 기분이 싫어 이왕 온 김에 - 전처가 스페인으로 놀러 가서 마주칠 가능성이 없는 김에 - 하루 더 머무르기로 마음을 돌리고 근처 카페로 향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스프링데일의 비밀을 안다고 주장하는, 친구 결혼식에서 얼굴만 봤던 소설가를 다시 만나게 된다.

Robert Freeman Wexler의 첫 번째 출판 단행본인 In Springdale Town은 이 신인 작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머릿말을 써 준 Lucius Sheperd의 음울하고 신비로운 남미 배경 환상 소설에, Jonathan Carroll의 세련된 도시 판타지를 섞어 넣은 다음 미국 소도시로 옮겨가 잔디를 심고 오후 다섯 시의 햇살을 비추어 주면 이 중편이 나오리라. 웩슬러는 아주 살짝 어긋난 현실의 당혹스러운 환상성을 노련하고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리처드가 어딘가 이상한 스프링데일에서 느끼는 고립감과 공포, 패트릭이 아무래도 이상한 스프링데일에서 느끼는 난감함과 호기심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독자를 끌어들인다. 어정쩡하기 쉬운 80페이지 남짓한 분량임에도 딱 맞아 떨어지는 깔끔한 마무리에서도 신인 작가답지 않은 솜씨가 드러난다.

조너선 캐롤이나 루셔스 셰퍼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틀림없이 즐겁게 읽을 책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관심이 아깝지 않을 주목할 만한 작가다. 다만 이 책이 소형 출판사 PS Publishing에서 비싼 사인판 한정본으로 나온 것에 이어, 첫 장편 Circus of the Grand Design도 Prime Books에서 권당 35달러짜리 하드커버 사인본(600부한정)으로 출간되었다(2004/8). 안타까운 일이다. 아쉬운 대로 작가가 FM에 올린 Circus of the Grand Design의 excerpt를 링크해 둔다.Circus of the Grand Design : Excer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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