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5일 목요일

John Hall, Is he, isn't he

단짝친구인 페이지와 앤소니는 둘 다 별로 애인 운이 없다. 페이지는 어째선지 데이트를 별로 하지 않고, 앤소니는 처음 진지하게 사귀었던 애인인 이안이 바람을 피워서 뻥 차버린 직후라 우울하다. 그런데 두 사람의 마음에 쏙 드는 미남 전학생 맥스가 등장! 페이지와 앤소니는 먼저 맥스의 마음을 사로잡는 쪽에게 단짝으로서 깨끗하게 양보하자고 약속한다. 하지만 'is he, isn't he'의 문제가 남아 있다. 앤소니는 단도직입적으로 "나는 게이이고 너를 좋아하는데, 나와 사귀겠느냐?"고 물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여자인 페이지가 그 질문을 하는 건 너무 생뚱맞다. 앤소니의 게이더(gayder)에는 아무 것도 잡히지 않고, 페이지와 앤소니는 맥스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좌충우돌하는데.....

흥미로운 설정과 귀여운 표지에 이끌려 구입했다. (태터 업글 후, 어째선지 이 게시판에는 그림이 안 올려진다.) 그런데 앞 10페이지를 읽자마자 내 취향의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유는

1. 주인공들은 엄청 비싼 뉴욕의 사립 고등학교에 다닌다.
2. 페이지의 어머니는 엄청 유명한 드라마의 주연 탤런트이다.
3. 앤소니의 부모님은 엄청 유명한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이다.
4. 맥스의 아버지는 엄청 유명한 이탈리안 쉐프이다.
5. 주인공들의 친구 쌍둥이는 엄청 부잣집 딸들로, 전속 스타일러스를 두고 매일 차려입고 다닌다.
6. 앤소니는 엄청 명문대에 다니는 형과 팬트하우스에서 살고, 자신의 성정체성에 전혀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 (돈 많고 잘생겼고 가족과 친구들이 게이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등등.)
7. 이 소설의 고등학생들은 쇼핑과 수다와 연애와 파티밖에 안 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가방 하나도 쉽게 내려놓지 않는다. "프라다 숄더백을 탁자에 휙 내던진"다.
8. 여자는 모두 예쁘고 남자는 모두 역삼각형 몸매에 잘생겼다. (진담이다.)

그냥 꿈꾸는 연애소설으로 읽었다. 재미는 있었지만, 배경이 현대 미국인데, 24세기 화성인 책보다 비현실적이었다. 컨템포러리 픽션이 아니라 판타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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