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27일 화요일

Jonathan Carroll, Sleeping in Flame

ISBN: 0679727779


배우인 워커 이스터링(Walker Easterling)은 아내와 이혼 후 비엔나에 살고 있다. 어느 날 그는 우연히 모델 일을 하는 대단히 매력적인 미인(Maria York)과 마주치고, 일종의 스토커에게 쫒기고 있던 그녀를 도와주며 인연을 맺는다. 둘은 열렬한 사랑에 빠진다.

한참 사랑에 빠진 워커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는 '미래'를 본다. 사건이 일어날 것 같으면 '감'을 느낀다. 조너선 캐롤(Jonathan Carroll)의 다른 소설들처럼 도회적인 로맨스로 출발한 'Sleeping In Flame'은 서서히 복잡하고 무서운 환상의 영역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비엔나의 진한 커피와 개성있는 친구들과 그냥저냥 굴러가는 삶을 즐기던 워커는 이제 잘 이해되지 않는 비현실적인 사건에 맞서 자신과 마리아를 지켜야 한다. 그는 강력한 샤먼인 Venasque를 소개받고, 그를 통해 자신의 전생을 알게 된다.

식상하기 그지없는 소재를 쓴 흔한 판타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캐롤이 엮어가는 이 비틀린 동화는 조금도 식상하지 않다. 식상하기는 커녕 깜짝 놀랄 만큼 새롭기만 하다. 스토커의 위협, 사랑의 애틋함, 생존의 절박함, 그에다 전생의 비밀까지......일단 읽어 보라는 말밖에 못 하겠다. 이런 새로움은 일개 독자가 졸렬한 글줄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통 먼저 소개한 The Bones of The Moon을 무서운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Sleeping in Flame을 호러/스릴러에 친숙한 사람에게 권해 왔지만 사실 호러라고 지레 겁먹을 것 없는 책이다. 차곡차곡 쌓인 긴장도 클라이막스에서 시원하게 풀려나간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위 표지 사진의 빈티지(Vintage)판 페이퍼백이 정말 빈티나게 허접하다는 것이다. 저 촌스런 주황색 표지는 실제로 보면 '대체 이 따위로 표지를 써서 책이 팔리길 바라는 건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형편없다. 게다가 종이는 또 얼마나 구질구질한지! 머리 위로 들고 읽으면 코가 간질간질하고 기침이 난다. 그런 주제에 값은 보통 트레이드페이퍼백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나 좋은 소식이 있으니 마음을 놓으시라.(나처럼 빈티지판을 가진 사람에게는 억울한 소식이지만) 토어(Tor)에서 2004년 가을/겨울중에 이 책을 트레이드 페이퍼백으로 새로 출간겠다고 발표했다. 토어라면 걱정없다. 어떤 표지가 되든 지금 것보다야 나을 테고, 종이도 토어에서 내놓은 캐롤의 다른 TPB와 비슷할 터이니 아마 괜찮은 책이 될 것이다. 독자를 사로잡는 힘이 굉장한 두껍지 않은-300페이지쯤?-책이니, 토어 판이 나오거든 꼭 읽어보길 권한다.

댓글 6개:

  1. 강력추천. 저는 이 책으로 '비엔나 소설'이라는 서브장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답니다.

    답글삭제
  2. 와와. 리뷰란 업그레이드군요! >_<

    답글삭제
  3. '빈티지 룩'이 빈티지 에디션에서 나왔다는 말도... (썰렁한 농담.)



    그런데요. 빈티지 에디션으로 나오는 책들도 제 1쇄는 좋은 종이를 쓰더라구요.

    답글삭제
  4. 와아, 1쇄만 좋은 종이를 쓴다니 더 싫은데요. -_-

    그런데 인기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제 빈티지 책들의 종이질이 그렇게 천차만별인 이유를 알겠군요. 어째 출간되지마자 구입한 Disch같은 책들은 빠닥빠닥 예쁘더라......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