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29일 목요일

Michael Swanwick, Cigar-Box Faust and Other Miniatures

ISBN: 1892391074

1892391139


마이클 스완윅(Michael Swanwick)은 영리하고 감각 있는 작가다. 1980년에 데뷔했으면서 '어느 정도 명성을 쌓고 나면 비슷한 스타일을 반복하거나 있으나마나한 앤솔로지나 편집하며 이름을 판다'는 쉬운 함정에 빠지지 않고 오늘날까지도 날카롭게 날이 선 새로운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스완윅은 최근 몇 년 동안 엽편 작업에 열중해 왔다. 국내에 번역 소개된 '슬로 라이프'(황금가지 SF걸작선; David Hartwell), '래글태글집시-오'(시공사 SF걸작선; Gardner Dozois)도 재미있는 단편이지만, 그보다 스완윅 엽편의 특성을 뚜렷하게 나타내는 글은 Scifiction에서 이 년여간 격주간 연재한 '마이클 스완윅의 과학소설 주기율표'와 The Infinite Matrix의 'The Sleep of Reason'이다. 이 두 시리즈는 (1)인터넷에서 연재되었고 (2)주제가 있고 (3)굉장히 짧다. 과학소설 주기율표에서는 말 그대로 주기율표의 각 원소가 소재로 쓰였고, TSoR에서는 프란시스 고야의 그림이 옴니버스식 엽편의 소재이자 일러스트레이션이 되었다.

미국의 소형 장르 출판사 타키온(Tachyon Publications)에서 나온 두 권의 챕북, Cigar-Box Faust and Other MiniaturesMichael Swanwick's Field Guide to Mesozoic Megafauna는 딱 이런 식의 엽편을 정리해 모은 단편집이다. 스완윅의 엽편 시대를 총정리하는 책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할까. 백 페이지 남짓한 'Cigar-Box'에는 모두 80여편의 엽편이 실려 있다. 'Abacedary'는 알파벳 A부터 Z까지를 소재로 삼았고, 'Writing In My Sleep'은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꿈에서 쓴 글이다. 이 외에도 태양계의 각 행성에 대한 짧은 이야기, 아시모프지에게 보낸 자기 소개 편지-내가 제일 즐겁게 읽은 글이다- 등 재치있고 귀여운 소설 뿐 아니라 작가 자신의 가족이나 생활에 대한 짤막한 에세이도 몇 편 들어 있다. 'Field Guide...'는 딱 34페이지 짜리 챕북으로, 공룡을 소재로 한 단편을 모았다. 이 두 권은 하나로 만들었어도 별로 상관 없었을 것 같은 책으로, 실제로 약간 뒤에 나온 'Field Guide...'에는 'Cigar-Box'의 컴페니언 북이라고 쓰여 있다. 차이라면 Field Guide...에는 공룡 일러스트레이션이 여러 장 실려 있다는 정도?

사실 이 두 권의 책과 인터넷 연재물은 그의 여타 장편이나 중편, 단편과 상당히 다르다. 이 책은 우선 읽기가 쉽다. 스완윅의 소설은 내게 늘 어려웠다. 단편집이 주는 재미도 한번에 휘리릭 읽고 지나가면 그만인 종류가 아니었다. 그런 스완윅이 이렇게 일견 가벼워 보이는 글을 내놓았고, 그것이 이토록 재미있으며, 길이와 상관없이 쉬이 얻을 수 없는 즐거움을 준다는 것은 놀랍고 기쁜 일이다. (이제 이런 글을 그만 쓰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역시 스완윅'이라며 조금 안심하기는 했지만.;) 아마 이 책들이 스완윅을 대표하는 주요 저서로 거론되지는 않을 것이다. 더욱이 소형 출판사에서 나온지라, 몇십 년 지나면 간단한 저서 목록에서는 아예 찾아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잘 쓰인 엽편'을 읽고 싶다면 구입하여 후회하지 않을 책이다. 특히 단편 공부를 하는 습작가라면 참고 삼아 읽어보길 권한다.

amazon.com, alibiris.com등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입이 가능하고, 타키온 홈페이지에서도 팔기는 하나 기본 우송료로 무조건 32달러를 매기고 환불도 안 해 준다.-_-; 반드시 서점에서 구입할 것!

댓글 2개:

  1. Mieville의 PSS과 The Scar는 벌써 읽으셨나봐요? IC가 Now Holding에 떠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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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PSS는 홀딩상태, The Scar는 책이 없어서 못 읽었습니다. Iron Council은 e-book으로 구입한 덕분에 짬짬이 읽고 있거든요. 종이책은 무거워서 가지고 다니기가 힘드네요.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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