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10일 목요일

최근 읽은 책 - 간단한 메모

매일 books를 쓰겠다는 결심은 다른 가능 세계 어디선가 행해지고 있는 것 같으니 아쉬운 대로 그새 읽은 책에 대해 몇 마디 써 두자.



The Giver 인상적이었다. 감동적인 성장소설. 읽은 후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열린 결말도 마음에 들었다.

Replay 너무 늦게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왔을 당시나 다른 책을 읽기 전에 보았다면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을 텐데, 그 뒤에 나온 온갖 아류작이나 발전작(?)을 본 뒤에 읽으니 슬렁슬렁 재미는 있으나 각별히 새롭지가 않다. 오죽하면 하루가 되풀이 되며 조금씩 바뀌어 강도살인사건을 막는 내용이었던 엑스파일 에피소드가 떠올랐을까.

The Angel In the Darkness 케이지 베이커의 컴퍼니 시리즈 중편. 컴퍼니 시리즈의 장편은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고, 중단편은 대충 너댓 편쯤 읽어보았다. 장편도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 이상하게 자꾸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이 책은 컴퍼니에서 일하는 사이보그를 '삼촌'으로 둔 평범한 중년 여성을 화자로 내세웠다. 내용은 예측가능하게 흘러가지만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풀렸고 긴장의 고저가 능숙하게 조절되어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오후 vol.7 나예리씨 펑크. 대략 낭패. '온'은 끝을 향해 달린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마담 베리의 살롱'도 속도가 붙었다. 이번 신인 공모전에 당선된 토마의 '헤어진 남자친구와 친구하기'는 다른 수상작들보다 느낌이 좋아서, 공모전의 선정 기준에 대해 새삼 궁금해지게 만들었다. 역시 공모전 수상자의 2부작 'Cherry Blossom'은 누군가의 말을 빌리자면 '니뽄삘'나는 그림을 줄거리로 극복하지 못한 채 대충 끝났다. 네컷만화 'BitterCynic4You'는 그런 대로 재미있었다. 외모와 관련된 농담이 많아 지난 호보다는 조금 못한 느낌이었지만 취향 나름일 테니. 김진씨의 '그 섬'은 실망스러웠다. 특별할 것 없는 얘기를 복잡하고 산만하게 풀었다. 한혜원씨의 단편 '자오선을 지나며'는 따뜻한 이야기를 잘 그려냈다. 오후를 보기 시작한 다음부터 눈여겨 보게 된 작가다. '웰컴 투 리오'의 이번 에피소드도 무난하게 마무리. 몇몇 컷에서 지나치게 식상한 구도가 거슬렸다. '말랑말랑'은 언제나처럼 재치 만점.

SF부족들의 새로운 문학 혁명, SF의 탄생과 비상 분량이 적어 기본적인 역사와 주요 소재를 간단히 훑는 데 그쳤고, 전혀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내용을 이해하기 전에 얇은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름과 제목에 길을 잃을 수도 있겠지만, 이야 ㅡ 입문서이냐 정리서이냐 ㅡ 모든 문고본이 마찬가지인 부분이니 이만하면 아쉬운 대로 SF에 대해 궁금한 사람에게 부담없이 권할 만 하다. 필리포(Paul Di Fillipo)나 레셈(Jonathan Lethem)이 등장하는 SF 관련서를 한글로 읽을 수 있다는 것만도 놀랍고 기쁘다. '멋진 신세계'를 구하기 힘든 때 나와 더욱 반가운 책.

댓글 2개:

  1. The Giver를 "감동적인 성장소설"이라고 칭하시면 섭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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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리플레이는 볼만한 수작인데 묻혀져버려서 아깝습니다. 이젠 진부한 주제지만, 자꾸 또 읽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마 지나간 과거가 쌓일수록 다시 돌아가서 바꿔 살고 싶은 기억이 늘어나기 때문이겠지요. 1996년에 2권으로 분책되어 번역, 출판되었지만 얼마지나서 조용히 할인행사 판매대로 옮겨갔습니다. 덕분에 교보문고에서 싸게 사긴 했지만 말이지요.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아직 파는데 할인율은 별로 높지 않군요. 그래도 원서보다는 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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