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11일 화요일

Audrey Niffenegger, The Time Treveler's Wife

ISBN: 1931561648


헨리 디 템블(Henry De Tamble)은 시간여행자다. 하지만 그에게는 허리에 차는 시간여행 벨트도, 우주선처럼 시간선을 따라 슈웅 하고 날아가는 타임머신도 없다. 대신 그가 가진 것은 시도 때도 없이 그를 과거나 미래로 보내버리는 염색체 이상(Chrono-Displacement Disorder)이다. 언제 어디로 갑자기 사라질지는 본인도 모른다. 그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때나 기억에 깊이 남은 중요한 곳에 좀 더 자주 간다는 것만 경험으로 알고 있을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꽤나 골치아픈데, 이에 더해 시간여행을 할 때는 몸만 움직인다. 자기도 모르는 시대에 벌거벗은 채로 뚝 하고 떨어지게 된다는 말이다. 이쯤 되면 아무리 흥미진진한 시간여행이라도 사양하고 싶어진다.

클레어 애브샤이어(Clare Abshire)는 예술가다. 아트스쿨을 졸업하고 집에서 종이작품을 만든다. 어렸을 때는 넓은 집 뒷동산에 올라가 혼자 소풍놀이나 숙제를 하곤 했다. 그러다 여섯 살에, 벌거벗고 바위 뒤에 숨어 있는 서른 여섯 살 아저씨를 처음 만난다.

헨리는 사서다. 도서관에서 일한다. 가끔 이상한 시간에 떨어지는 바람에 신발(이게 항상 가장 문제다!)과 옷을 훔쳐 바바리맨 몰골로 쫒겨다니느라 일을 제대로 못 하거나, 동료들로부터 혹시 변X가 아닌가 하는 말못할 의심을 받는 점을 제외하면 그럭저럭 맡은 일 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ㅡ 헨리는 자신의 시간여행이 생물학적 원인에서 비롯된 줄을 모른다 ㅡ 성격은 엉망이다. 미래도 없고 아버지와 사이는 나쁘고 툭하면 두번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교통사고 현장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다 스물 여덟 살에, 띵한 머리를 감싸쥐고 출근한 도서관에서 스무 살 아가씨를 처음 만난다.

자아, 이쯤 되면 제목에 나온 Time Treveler와 Wife가 누구인지는 자명한 일. 이 커플의 연애와 결혼은 시간여행에 맞선 싸움이다. 클레어는 하염없이 기다리고 헨리는 매번 집에 돌아오기 위해 발버둥친다. 때로는 우습고ㅡ결혼식의 스트레스로 헨리가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해 보라!ㅡ,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가슴저미게 감동적인 이 두 사람의 삶을 하나로 당겨 엮는 것은 사랑이다.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는 사랑을 통해 우리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그래. 언제 어디에 있든, 결국 우리가 삶을 움켜쥐게 하는 것은 사랑,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던가.

댓글 7개:

  1. 삶을 움켜쥐게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정(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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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ihong/그건 중년 버전이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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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세가 넘었으면 당신도 이제 중년입니다. 초년 중년 말년으로 나누잖아요. 중년을 청년과 장년으로 다시 나누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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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어허....저는 청소년! 덕수궁가서 물어보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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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애(愛)도 정(情)도 사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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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고궁에서 기뻐하던 시절도 가면 어찌하리오. 중년(?)도 아닌 청소년도 아닌 중간기라. 어디에 끼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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