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18일 화요일

Geoffrey A. Landis, Impact Parameter: And Other Quantum Realities

ISBN: 1930846061


제프리 A. 랜디스의 첫 번째 단편집이다. 골든그리폰(Golden Gryphon Press)에서 낸 책답게 밥 에글턴(Bob Eggleton)이 그린 표지, 제본, 종이 등등이 모두 훌륭하다. 워낙 잘 만들어져 책만 보아도 사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데, 그에 더해 실린 글의 수준도 만만찮다. 약간의 기복은 있지만 전편이 평균 이상의 수준을 자랑한다.

첫머리를 여는 A Walk in the Sun은 '태양 위를 걷다'는 제목으로 구 정크SF에 올라온 적이 있는 단편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주인공의 심리갈등과 달 위의 움직임과 풍광에 대한 섬세하고 정확한 묘사가 멋지게 어우러진 수작으로, 휴고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마법과 과학을 교묘하게 섞은 재기가 빛나는 Elemental, 작가 자신의 직장이기도 한 나사에 대한 귀여운 꽁트 What We Really Do Here at NASA, 짧지만 강렬한 Snow, 왓슨과 홈즈의 모험을 다룬 The Singular Habits of Wasps등 다양한 이야기가 작가의 폭넓은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좀 더 전통적인(?) 하드 SF에 가까운 Impact Parameter,Across the Darkness 등도 놓쳐서는 안 되는 단편. 랜디스는 단순히 과학적 사실만을 늘어놓는 함정에 빠지지 않고 인물을 생생하게 살려내어, 모든 단편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사람 사는 얘기'를 담았다. 보통 한 작가의 단편집을 보면 쓰여진 시기에 따라 수준에 차이가 있기 마련인데 랜디스는 그 기복이 눈에 띄게 작아 특별히 처지는 작품이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록작은 중편 Beneath the Stars of Winter이다. 구소련 정치범 캠프에 수감된 과학자들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연구를 멈추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을 차분하게, 그래서 더 간절하게 그려낸 이 중편을 나는 몇 번이나 되풀이하여 읽었다. 그 수준과 감동에 마땅한 주목을 받지 못한 점 ㅡ 휴고 후보에 그쳤다 ㅡ 이 지금까지도 몹시 아쉽다.

하드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휴머니즘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절대 후회하지 않을 탁월한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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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1. 2001년에 출판되었군요. 하드커버만 내고 말았고 재고도 없는모양, Year's Best SF 8(오늘의 SF걸작선)에 실린 인상깊은 '도라도에서(At Dorado)'가 생각납니다. 작가이름을 자꾸 '죠프리'라고 읽고 싶은건 저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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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마존닷컴에서는 아직 24시간내 배송 가능으로 나오네요. 골든그리폰은 지금까지 트레이드 재판을 두 권밖에 안 내서 앞으로도 트레이드는 기대하기 힘들 것 같아요. GGP책은 중고가 새책보다 비싸기도 하니 아마존에서 30%할인할 때 챙겨놔야.......'죠프리'에 저도 슬그머니 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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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다시 보니 제가 잘못 봤군요. 오래된책도 아닌데 새책이 없다고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아마존에서 30%할인해도 배송료가 7$+5$=12$ 이라 손해인것 같은데(배송료 계산이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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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옙. 송료 계산은 맞습니다. 책 표지가에서 5달러를 더 내는 셈인데, 다른 루트로 주문했을 때의 송료나 수수료를 고려해 보면 결국 아마존이 낫더군요. 한 권만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면 권당 송료가 더 낮아지기도 하고요.(shipment는 한 번만 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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