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22일 토요일

Jonathan Carroll, The Land of Laughs

ISBN: 0312873115


1980년에 발표된 조너선 캐롤(Jonathan Carroll)의 데뷔장편.

토마스 애비(Thomas Abbey)는 학교 선생으로 시시한 삶을 살고 있다. 연애도 학교 일도 잘 안 풀리는데다 도무지 유명한 배우였던 아버지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다. 그는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어렸을 때부터 광적으로 좋아하던 작가 마셜 프랜스(Marchall France)에 대한 전기를 쓰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어느 날 토마스는 고서점에서 마셜 프랜스의 희귀본을 우연히 발견하지만, 그만 먼저 책을 집어든 색소니 가드너(Saxony Gardner)에게 선수를 뺏기고 만다. 색소니가 삼십 오 달러에 책을 사자 토마스는 백 달러를 줄 테니 그 책을 자기에게 넘기라고 즉석에서 제안하고, 형편이 어려운 색소니는 책을 복사한 뒤 팔기로 약속한다. 그녀의 집에 간 토머스는 색소니가 자기처럼 마셜 프랜스의 열광적인 팬이라는 것을 알고는 충동적으로 연락처를 남긴다.

색소니가 정말 집에 찾아오자 토머스는 엉겁결에 계획중이던 전기에 대해 말한다. 정보를 찾는 일에 능한 색소니는 다른 사람도 아닌 마셜 프랜스에 대한 책이라는 말에 떨떠름해하는 토머스를 무시하고 끼어들어 정보를 찾기 시작한다. 마셜 프랜스의 책을 담당하는 에이전트가 작가의 딸 안나가 어떤 위인전이나 관련 도서도 쓰지 못하게 하며 대단히 비협조적이라고 경고하지만, 둘은 결국 함께 마셜 프랜스가 작품활동을 했으며 지금은 안나(Anna)가 살고 있는 Galen으로 떠난다.

직접 만난 안나는 뜻밖에도 전기 작성에 협조적이다. 집 구경도 시켜주고 자료도 편히 보도록 해 준다. 그러나 마음 놓고 지내는 것도 잠시, 둘은 창작의 터전인 시골 마을로만 보였던 동네가 실은 몹시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전거를 타던 아이가 죽은 것을 시작으로 이상한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마을 사람들도 알면 알수록 이상하기만 하다.

데뷔작임을 믿을 수 없을 만큼 멀끔한 환상소설이다. 보통 후기작을 읽은 후 초기작을 읽으면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기 마련이나 캐롤의 데뷔작은 원작년도를 모르면 첫 작품임을 깨닫지 못할 만큼 매끈하다. Tor ORB에서 새로 낸 페이퍼백을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캐롤의 작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데뷔작부터 시작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책 밖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독자를 안개처럼 둘러싸는 환상성이 무서울만큼 교묘하고 매력적이라 ㅡ 정말 흥미진진하다 ㅡ 일단 한 권을 읽고 나면 나머지 책은 절로 찾게 될 테니, 최근 TOR에서 캐롤의 소설을 트레이드판으로 재간하고 있다는 것도 이 참에 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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