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20일 목요일

James Morrow, The City of Truth

ISBN: 0156180421


거짓의 시대가 끝난 후 세워진 진실의 도시(The City of Truth). 그 중심은 Veritas(진리)이다. 이제 사람들은 거짓말을 전혀 하지 못한다 ㅡ 말 그대로! 엘리베이터에는 '이 엘리베이터는 자기 일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만들었습니다', 케첩에는 '토마토 맛을 낸 캐첩'이라고 쓰여 있다. 심지어 욕도 'Fuck you figuratively!'이다.

진실의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10살이 되면 burning이라는 일종의 성인식을 거친다.'돼지에게는 날개가 있다', '개는 말을 한다' 같은 거짓말을 읽도록 하고, 그 때마다 전기 충격을 주어 일종의 조건반사로 진실만을 말하는 법을 습득하게 하는 것이다.

이 도시에는 은유를 비롯한 어떤 거짓말도 없다. 주인공 잭 스페리(Jack Sperry)는 예술 비평가이자 일곱 살 난 아들을 둔 평범한 시민으로 매일 '토머스 무어 광장'을 지나 '비트겐슈타인 미술관'으로 출근하여 오즈의 마법사에서 거짓인 부분을 뜯어내고 천사 그림에서 날개를 지워 불태우는 일을 한다.

캠프에 간 아들이 덫에 걸린 토끼를 놓아주다 Xavier's Plague라는 치명적인 병에 걸린 다음부터 잭 스페리의 생활은 뒤엉키기 시작한다. 진실 뿐인 도시는 냉정하기 그지없다. 아내마저 아이의 죽음이라는 비극을 기정사실로,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자, 잭은 절망에 빠진 나머지 거짓 중의 거짓인 '기적'을 바란다. 아이에게 죽을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아무도 말하지 않아 스스로 건강하다고 확신하게 하면 병도 나으리라는 절망적인 기대로. 하지만 결국은 평범한 베리타스 시민일 뿐인 잭이 거짓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그는 거짓말 하는 법을 배워 아들에게 '괜찮아. 아무 것도 아니란다.'라고 말하기 위해 우연히 만났던 수상한 여자 마티나(Martina)를 따라 거짓말을 할 줄 아는'위선자(Dissembler)'들을 찾아나선다. 그리고 Veritas 지하에 있는 위선자들의 도시 Satirev(철자거꾸로)로 들어간다.

'웃을 일이 아닌데....'하면서도 낄낄거리게 만드는 저자(James Morrow)의 재치가 일품이다. 가볍고 행복하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삶이 진실과 거짓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둘을 큰 사랑으로 엮어가는 과정이라는 믿음은 모든 풍자와 슬픔을 넘어 빛을 발한다.

160페이지에 불과한 짧은 소설이고 어렵지 않은데다 1993년 Harvest판을 쉽게 구할 수 있으니, 긴 원서가 부담스러운 독자에게도 권해 본다.

댓글 4개:

  1. 감사! 이런 책을 찾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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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리 말씀해 주시니 기쁩니다. T_T 이 게시판, 공을 꽤 들이고 있는 데 비해 피드백이 너무 없거든요. 좌절이랄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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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예전 book 게시판에 짧게나마 소개했던 책이라 그렇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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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처음 소개하는 책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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