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16일 일요일

Robert Charles Wilson, Bios


크로놀리스의 저자인 캐나다 작가 로버트 찰스 윌슨(Robert Charles Wilson)의 작품이다. 근작은 아니고, 크로놀리스 이전에(1999) 쓰여진 200페이지 정도의 비교적 짧은 소설이다.

지구보다 훨씬 오래되었고 다양한 생명체가 살고 있는 이시스(Isis)라는 행성에서 일단의 과학자들이 Work Trust라는 그룹(권력 비슷한)을 위해 그 행성을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조사를 수행한다. 그 곳을 우주 탐사의 전진 기지로 만들고자 하는 목적에서다. 이시스의 문제점은, 그 곳의 생물은 물론이고 공기와 물 마저도 인간의 생체에 치명적인 독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D & P라는 곳에서는 일단의 클론 여아들에게 다양한 면역 수정(immume mod.)을 하고, 그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Zoe Fisher가 이시스를 탐험하기 위해 그곳 기지로 온다. 이런 배경은 꽤 읽고 나서야 대강 파악할 수 있다. 열 페이지도 넘기기 전에 조는 이시스에 도착해 있고, 1/4이 되기 전에 이미 이시스의 기지에선 사람들이 감염되어 줄줄이 죽어나간다.

흥미로운 설정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가장 문제는 역시 분량이다. 같은 이야기를 300페이지 정도만 되게 늘려 썼어도 훨씬 몰입이 쉬웠으리라. 머리와 꼬리가 없이 몸통만 덜렁 있어, 완전한 소설이 아니라 트리올로지의 요약본 같다.
한 해 앞에 쓰여진 Darwinia가 찬사를 받았던 것에 비해 가타부타 평이 거의 없었는데, 그럴 만 하다. 크로놀리스에서 보여준 필력에 비해 같은 사람이 같은 정성으로 쓴 것인지 미심쩍을만큼 '아쉽다'. 짧고 굵직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는데 비해 속도감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나쁘지 않으나, 로버트 찰스 윌슨의 팬이 아니라면 굳이 추천할 만한 책은 아니다. 특히 로버트 찰스 윌슨의 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작가의 역량을 과소평가하게 될 위험이 있으니 절대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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