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19일 수요일

Martin Harry Greenberg ed., The Way It Wasn't

ISBN: 0806517697


마틴 그린버그가 편집한 이 책은 사실 꽤 '괜찮은' 앤솔로지이기는 하다. 작품이 실린 작가의 이름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듯이 대부분의 단편이 큰 실망 없이 읽을만 하고, 눈에 띄게 훌륭한 대체역사 소설도 몇 편 끼어 있다.

그러나 이 단편선의 대체 '역사'는 철저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다. 이런 책은 아무리 참신한 발상으로 쓰여졌다 해도 읽는 독자가 미국 역사를 잘 알지 않으면 재미가 없다. 역사상 주요한 사건이 무엇이고 남북전쟁(The Civil War)의 전황이 어떠했으며 역대 대통령이 누구였는지 정도의 배경 지식이 있지 않으면 'what if...'라는 설정에 매료되기는 커녕 'so what?"이라는 애매한 물음만 남게 된다. 미국의 문화와 역사에 친숙한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터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대체역사소설에 각별히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오리지널 수록작이 많으니 책장에 한 권쯤 놓아둘 만 하나, 이도 저도 아니라면 미국 서점의 평균평점에 혹하지 말기를 권한다.

수록작 중 개인적으로 첫손에 꼽는 추천작은 'Suppose They Gave a Peace'이다. 72년 (미)대선 결과가 실제와 달랐고 베트남전이 격화되었다는 가정하에, 아들을 전장에 보낸 아버지의 심경 변화를 통해 전쟁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남기는 상처와 작은 희망을 보여준다. 저자의 단편집(2002) 표제작이고 웬만한 대체역사 단편선에는 다 실려 있어 구하기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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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그리고 대체역사소설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특히 읽은 소설의 어떤 부분이 '대체'된 역사인지 잘 모르겠다면 이 사이트에 들러 찾아보길. 어느 시대 어느 사건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데이터베이스화 해 놓은 곳으로, 장편은 물론이고 중단편도 대부분 다루고 있어 대단히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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